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2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통일준비위원회가 주최한 외교안보분과 공개세미나에서 8·25합의와 관련해 “북한이 정치적 상호비방 및 군사적 적대행위 중단을 긴급의제로 삼으면서 남북관계의 대전환을 시사했다”며 “북한이 이러한 변화를 보인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정치군사적 의제를 남북 협상 테이블에 들고 나온 것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에 주로 경제적 지원을 요구했던 것에서 변화된 모습이라는 게 이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이어 이 연구위원은 “그 동안 남북관계에서 경제적 지원을 앞세운 기능주의적 접근이 김정은 체제의 북한에는 맞지 않는다”며 “우리가 남북관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려면 기존의 패턴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이 제안한 새로운 패턴은 북한의 도발로 인한 한반도 안보 위협을 동북아시아 전체의 안보 문제로 연계시키고 그 동안 순차적으로 이뤄져 온 북한에 대한 억지, 관계개선, 신뢰구축 단계를 병행 추진하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그 동안 북한의 도발을 남북관계 차원에서만 풀려고 하다보니 대안의 제약 받을 수 밖에 없었다”며 “동북아로 확장된 공간에서는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북한의 10월 노동당창건기념일 전후 도발 가능성과 관련해 “그 동안 북한이 반복된 패턴을 보이다보니 우리도 부지불식간 북한의 시나리오에 맞춰 대응하는 게 아닌가 의문이 든다”며 “이러한 단기전망의 유혹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달부터 이어지는 유엔총회, 한미정상회담 등 외교일정들을 북한이 국제외교의 장으로 나오게 하는 데 활용하는 등 기존의 틀을 벗어난 창의적인 사고가 필요하다는 게 이 연구위원의 제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