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6월 11일] 충정어린 고발?

“제가 그동안 들었던 소문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던데요.” 10일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의 지난 주말 ‘청와대 권력 사유화’ 발언을 평가해달라고 했더니 이같이 반응했다. 정치권에서 정 의원의 발언은 박영준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이 이명박 정부의 인사를 좌지우지하고 그 뒤에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 부의장이 있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는 전날 국회와 청와대에서 상당 부분 뒷받침됐다. 정 의원이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인사실패 책임자들이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하자 많은 참석 의원들이 공감을 표했으며 뒤이어 박 비서관이 사표를 제출했다. 그래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 의원이 이명박 정부를 위기에서 구출하고 이 대통령의 성공을 바라는 충정으로 소신 있고 용기 있는 발언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의 처신에 진정성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의원들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정 의원이 이 대통령의 ‘복심’으로까지 불리다 최근 권력의 중심에서 멀어지면서 볼멘소리를 던졌다고 보는 것이다. 몇몇 중진 의원은 쇠고기 파문으로 대통령과 당이 어려운 때 꼭 그래야 했냐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특히 한나라당 지도부는 ‘징계감’이라며 정 의원을 이례적으로 강하게 비난했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개인적 불만에서 나온 돌출 발언으로 정의하고 파문을 진화하려 애쓰고 있다. 그런데도 소장파 중심의 당내 기류는 지도부의 바람과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정 의원 발언의 진정성에 의문이 있을지언정 기왕 제기된 문제를 바로잡고 넘어가자는 것이다. 정 의원의 발언은 당 지도부와 소장파 간 분란을 초래할 수 있다. 때문에 정 의원이 당 지도부까지 설득하고 ‘권력 사유화’ 문제를 제대로 시정하려면 자신의 발언에 대한 진정성 의문을 말끔히 해소할 필요가 있다. 그 방법은 정 의원이 행동으로 답하는 것이다. 동료 의원들은 정 의원의 발언에 한편으로 그 내용과 취지를 공감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가 권력으로부터 소외된 데 대해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정 의원이 자신의 발언에 진정성을 담으려면 이를 반박할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 정 의원은 권력을 탐해서가 아니라 충정에서 우러난 고발이라며 백의종군하겠다고 선언했다. 그의 결심이 실행으로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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