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60년대 미국의 심리학자 조지 스펄링은 기억에 대해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그는 피실험자에게 0.05초 동안 4개씩 세 줄로 나열한 12개의 알파벳을 보여준 뒤 '첫 번째 줄에 있던 알파벳을 이야기해 보라'거나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줄의 알파벳이 무엇이었는지 말하라'는 주문을 했다. 실험 대상은 평균적으로 4개 알파벳 중 3개를 기억해 답했다. 매우 짧은 순간에 봤지만, 영상은 거의 완벽할 정도로 남았던 것이다.
그러나 같은 방식으로 알파벳에 노출한 뒤 시간이 조금 지나 순서를 물어보자 대부분 피실험자는 답을 맞추지 못했다. 인간의 감각기관은 자극을 기억으로 저장하게 되어 있지만, 자극이 제때 계속 이어지지 않으면 사라진다. 기억이 망각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인간이 태어나 2~3년 동안 담아내는 '최초의 기억'과 '꿈이라는 기억', '뇌 손상으로 인한 망각', '망각이라는 의학적 소견의 역사' 등 망각에 관한 생각을 하면서 한 가지가 드러난다. 우리가 기억 가운데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다소 어려울 수 있는 내용을 수면 실험과 꿈에 관한 보고서, 뇌수술 환자의 운명 등 사례와 엮어 흥미롭게 풀어냈다. 1만 7,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