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 유로존, 재정위기 극복할까


얼마 전 우리나라에 왔던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그리스와 포르투갈은 결국 국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의 경제위기를 초래한 두 나라의 채무상태가 갈수록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두 나라가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렵연합 17개국)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있고 유로존의 붕괴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펠드스타인 교수는 유로화(貨)와 유로존에 대해 지난 1999년 출범 당시부터 회의적 견해를 가져왔다. 유로화는 출범한 지 이미 12년에 이르고 그동안 어느 정도 성공도 거뒀다. 그러나 이번 남유럽 재정위기를 유로화가 극복할 수 있을지 매우 주목된다. 유럽연합(EU)의 재정위기는 세계 경기회복을 지연시키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남유럽 재정위기가 유럽계 은행들의 위기로 치닫고 유로존의 붕괴로 이어진다면 세계경제는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는 위기에 빠지고 만다. 그럴 경우 유럽계 자금 이탈 및 수출 위축 등 우리 경제에 미치는 피해도 심각할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PIGS(포르투갈ㆍ이탈리아ㆍ아일랜드ㆍ그리스ㆍ스페인) 국가들의 방만한 재정지출이 감당하기 어려운 국가부채와 재정적자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재정위기를 극복하려면 정부지출을 줄여야 한다. 긴축정책은 심각한 불경기와 실업을 증대시켜 고통스럽다. 게다가 이들 국가가 단일통화로 묶여 있기 때문에 각국 경제의 특수 상황에 알맞은 통화정책 및 환율조정이 불가능하다. 그리스의 경우를 보자. 그리스는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는 대신 4년 안에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14%에서 4%로 대폭 감축하기로 합의했다. 그리스가 구제금융 지원조건을 제대로 이행할지는 알 수 없다. 재정적자를 감축하려면 정부 지출은 줄이고 세금은 늘려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GDP가 축소되면 오히려 세금은 덜 걷히고 복지후생 지출은 늘어나 재정긴축은 더욱 어려워진다. 그러나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한다면 유로화가 아닌 독자적인 화폐와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다. 그럴 경우 환율의 평가절하를 통해 적자문제 해결이 훨씬 용이해진다. 평가절하는 그리스의 수출을 늘리고 수입을 줄여 경상수지를 개선하고 생산ㆍ소득을 늘려 재정지출 감축과 세수증대에 따르는 어려움을 줄일 수 있다. 1997년 동아시아 금융위기 때 한국은 대폭적인 평가절하를 통해 경상수지 적자를 단기간에 해결하고 경기를 회복하면서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여부 결정은 경제적 비용ㆍ혜택 계산 못지않게 정치적 판단에 따라 이뤄질 것이다. 일부 정치권이나 유권자들은 유로존에 남기 위한 부채감축 조건이 너무 고통스럽기 때문에 유로존 탈퇴를 원할 수도 있다. 그리스 자신은 탈퇴를 원하지 않더라도 지속적으로 재정적자와 경상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리스를 유로존 채권국들이 지원하지 않고 퇴출을 종용할 수도 있다. 예컨대 독일에서는 "왜 다른 나라의 빚을 우리가 대신 떠맡느냐"는 반대 여론이 거세다. 물론 이러한 상황은 그리스뿐 아니라 포르투갈ㆍ이탈리아 등 비슷한 상황에 처한 다른 나라에도 해당된다. 현재로서는 PIGS 국가 재정이 건전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재정위기에 처한 나라들은 유로존을 이탈하거나 이런 움직임이 확대돼 유로존과 유로화 자체가 붕괴되거나, 아니면 유로존 전체가 위기에 빠질지도 모른다. 결국 몇몇 나라들은 머지않은 장래에 유로존을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 이들의 탈퇴가 전염병처럼 다른 회원국들에 파급된다면 유로존은 지속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따라서 EU의 재정을 아예 통합하자거나 정치적으로 보다 중앙집권적인 체제를 갖자는 주장도 있지만 자구노력 없이는 백약이 무효다. 그런 주장 자체가 각국의 더 큰 도덕적 해이를 조장한다. 단기적 고통이 따르겠지만 정치적 의지를 보여야 한다. 복지로 비대해진 공공 부문도 축소하고 정치ㆍ경제ㆍ사회 각 부문의 구조조정도 해야 마땅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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