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미국의 시각은 우려반 기대반이다.
중국의 한반도 영향력 확대에는 경계하는 분위기지만 한편으로는 북한이 핵폐기로 가는 유일한 현실적 방안인 6자 회담 재개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뒤섞여 있다.
미국 국무부는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과 관련해 처음으로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4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천안함 사건 진상규명 이전에 6자 회담이 먼저 열릴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진행되고 있는 한국 정부의 조사가 북한이 6자 회담 복귀 결정을 내리기 이전에 끝날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전날까지 “방중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애써 논평을 피해갔다.
크롤리 차관보는 “북한이 6자 회담 복귀 결정을 내리기 위해 수개월을 끌어왔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면서 “한국의 조사는 비교적 빨리 끝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김 위원장과) 중국 고위당국자가 회담을 한다면 중국은 미국이 그랬던 것처럼 북한이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6자 회담을 통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의 이 같은 언급은 북한이 6자 회담에 오랫동안 복귀하지 않을 것을 지적한 일반적 평가로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북미 정상회담을 천안함 침몰사건의 물타기용으로 보는 한국과는 미묘한 시각 차이를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북한의 경우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6자 회담 복귀를 전격 선언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한국이 천안함 사건의 원인 규명 및 대응책 마련에 치중할 경우 미국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한반도전문가인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재단 사무총장은 서울경제신문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천안함 사건에 너무 치중해 6자 회담을 보이콧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며 “한국이 6자 회담의 장애물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한국이 북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6자 회담에 복귀할 것이라고 선언하고 실제로 예비 6자 회담 또는 북미 추가접촉이 이뤄졌을 때 한국이 천안함 사건을 이유로 6자회담 테이블에 재를 뿌려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미국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을 사전 통보 받지 못한 데 대해 불쾌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한반도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는 미국의 시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크롤리 차관보는 중국 측이 김 위원장의 방중을 사전에 통지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즉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