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웅래 민주당 대표 비서실장은 이날 서울시청 앞 광장 천막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가 제안한 5자회담에 대해 김 대표의 거부 의사를 공식 발표했다. 김 대표는 노 실장을 통해 “제1야당 대표의 단독회담 제안에 대해 박 대통령이 사흘 만에 다자회담으로 답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며 “대통령과의 단독회담을 다시 제안한다”고 밝혔다. 지난 3일 김 대표는 공개적으로 박 대통령과 단독회담을 요구했지만 청와대는 무응답으로 일관하며 사실상 수용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이후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5일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만나는 3자회담을 제안하자 양당 원내대표까지 포함한 5자회담으로 확대해 국가정보원 개혁 등 정치현안과 민생 문제를 일괄 해결하자고 나섰다. 민주당은 청와대의 수정안을 거부하고 단독회담을 고집하면서 장외투쟁이 정기국회가 열리는 오는 9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여권을 압박했다. 민병두 민주당 전략홍보본부장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국정원 개혁, 박 대통령 사과,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해임 문제가 마무리될 때까지 원내외 투쟁을 병행할 것”이라며 “이에 관한 해법이 도출되지 않는 한 9월 정기국회 법안ㆍ예산안 심의가 늦춰질 수밖에 없다”고 엄포를 놓았다.
청와대는 민주당이 5자회담 제안을 거부한 데 대해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여야 당 대표로부터 대통령과의 회담 제의가 있어 대통령께서 회담을 하자고 했는데 이번에도 또 민주당이 거절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김 실장은 “국민을 위해 만나 산적한 현안을 논의하는 게 좋다고 보는데 안타깝다”며 “청와대는 문을 열어놓고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도 “형식과 의전에 얽매이지 않고 회담을 하겠다고 공언한 민주당이 (5자회담을) 거부해 아쉽다”고 지적했다.
여야 간 꽉 막힌 대치정국이 길어져 정치권이 겉으로 국민과 민생 우선을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각기 유리한 형식만 고집하며 기싸움을 벌인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렵게 됐다. 다만 여야 모두 정국경색이 장기화하는 데 부담이 크기 때문에 당초 황 대표가 제안한 3자회담으로 돌파구가 열릴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민주당도 3자회담은 수용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청와대 역시 정국경색이 9월 정기국회까지 위협하는 상황이 생기면 국정 운영의 부담이 커지고 야당의 장외투쟁에 대한 책임론도 커질 수 있어 3자회담으로 한 발 물러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