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마거릿 대처와 박근혜


'철의 여인(Iron Lady)'으로 불린 위대한 정치인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가 타계했다고 한다. 우울한 소식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현 영국 총리는 "우리는 위대한 정치인, 아니 위대한 영국인을 잃었다. 그녀는 '철의 심장'으로 나라를 사랑했다. 대처는 그만 땅에 주저앉았던 영국을 일으켜 세웠다"라고 애도했다는 뉴스가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도 "영국의 경제를 살리고 영국을 희망의 시대로 이끄셨던 그분의 서거를 애도한다"고 했다.


대처 前 총리가 영국병 치유했듯이

우리가 대처 전 총리의 타계를 유난히 애도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그것은 단순히 대처 전 총리가 박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영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였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대처 전 총리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어려운 정치ㆍ경제 상황과 흡사한 시대에 대처리즘으로 칭송되듯 위대한 업적을 남겼기 때문이다.

1970대 말 영국은 복지병의 여파로 셰익스피어 희곡의 한 독백처럼 '불만의 겨울'을 보내고 있었다. 영국병은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전통의 거품경제 속 복지정책의 지속에 따른 귀결이었다. 1975년에 영국도 우리처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을 정도로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빈번한 강성노조의 쟁의, 노동당의 사회주의적 경제정책 고집, 경제정책의 파행 등으로 이른바 영국병의 치유가 어려웠다.


그때 대처 전 총리는 안정화 정책으로 위기의 영국 경제를 구해냈다. 대처는 "안정화는 영국의 미래다. 안정화는 현재의 희생이 곧 미래의 성과를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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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우외환이라고 했던가. 대처 전 총리가 한창 영국병 치유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1982년 4월에 영국령 포클랜드에서 아르헨티나와의 전쟁이 일어났다. 북한의 안보 위협이 거센 요즘과 같이 일촉즉발의 전쟁, 그 전야에 대처 전 총리는 긴급 국무회의를 소집하고 결연한 의지를 표명했다. "우리는 싸울 수 밖에 다른 도리가 없습니다."

다행히도 포클랜드 전쟁은 여성 총리의 나라 영국의 승리로 끝났다. 승전 후 대처 전 총리는 이렇게 연설했다고 한다. "전쟁은 재앙입니다. 자유와 정의가 없으면 평화도 없습니다."

대처 전 총리는 철의 여인이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포클랜드 전쟁과는 무관하다. 그 애칭은 냉전시대에 있었던 "소련은 먹고 사는 일에 앞서 총을 겨누고 있다. 우리는 총을 뽑아 겨누기에 앞서 먹고 사는 일을 하고 있는 데 말이다"라는 그녀의 유명한 연설 때문에 생겼다.

박 대통령도 경제위기 극복할 것

몇 해 전에 미국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 교수가 세상을 떠났을 때 대처 전 총리는 "프리드먼은 우리가 잊고 있을 때 자유의 경제학을 일깨워줬다. 그는 진정한 지적 자유투사였다"라고 했다. 요즘은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그러나 "거품경제는 약물 중독과 같다"라는 프리드먼의 주장은 옳다.

박근혜 정부가 경제민주화ㆍ국민행복ㆍ창조경제 등을 지향하며 대선 때 국민과 약속한 공약을 다 이행하려고 하는 듯하다. 신뢰를 우선시하는 여성 정치인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박 대통령으로서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안정이 곧 성장이며 한국의 미래다'라고 할 때 복지정책에 대한 공약의 부분 수정쯤은 국민들이 다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우리 경제는 대외적인 경제 위기의 증후군 속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렇지만 유난히도 대처 전 총리와 이미지가 비슷한 박 대통령 스스로가 '한국의 대처'로 남을 좋은 기회를 맞고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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