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최근 MBC가 도청 의혹을 제기하며 서울남부지검에 수사해달라고 고발한 사건을 살펴보기 위한 차원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압수수색 결과에 따라 검찰이 대선 최대 논란 중 하나인 정수장학회 이슈를 수사선상의 한가운데 올려놓을 수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고흥 부장검사)는 이날 정수장학회가 입주한 서울 중구 정동의 경향신문 빌딩을 압수수색했다. 최근 MBC 측이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을 다룬 한겨레신문 기자를 도청 의혹 등으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서다. 검찰이 압수수색한 건물은 경향신문이 주로 사용하고 있지만 11층에는 정수장학회가 있다.
한겨레신문은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문화방송 기획홍보본부장의 비밀 대화록을 확보했다며 두 사람이 8일 만나 정수장학회의 문화방송ㆍ부산일보 지분 매각을 논의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에 대해 MBC는 도청 가능성이 크다며 최 이사장과 이 본부장의 대화록을 보도한 한겨레신문 기자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16일 고발했다.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의 목적은 MBC의 고발 사건을 수사하기 위한 것일 뿐 대선 정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정수장학회 이슈를 들여다보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검찰 주변에서는 정수장학회가 대선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하는 시점에 검찰이 정수장학회가 소재한 건물을 압수수색한 것에 석연치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고발이 접수된 서울남부지검이 아니라 검찰 최대 조직인 서울중앙지검이 압수수색에 나선 데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 사건이 서울남부지검에 고발 접수되기는 했지만 사건 해당 지역이 서울중앙지검이어서 지난주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중앙지검이 수사에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을 통해 건물 내부의 폐쇄회로(CC)TV 등 회동 내역과 당시 취재 정황을 확인하는 데 필요한 자료를 확보해 분석작업을 벌인 후 고발인 등 사건 주요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정수장학회는 부산지역 사업가였던 고(故) 김지태씨로부터 강제 헌납 받은 부일장학회를 모태로 한다. 김씨는 1961년 5·16 쿠데타 직후 부정축재자로 분류돼 재판 받던 중 재산을 기부하기로 했고 이를 바탕으로 정수장학회 전신인 '5ㆍ16장학회'가 설립됐다. 과거사위원회는 2007년 '강요에 의한 헌납'이라며 국가에 재산반환과 손해배상을 권고했고 유족은 "국가가 10억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2월 "시효가 지나 반환 청구는 할 수 없다"며 원고 청구를 기각했고 현재 2심이 진행되고 있다.
대선 정국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은 정수장학회의 실소유주가 최 이사장이 아닌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아니냐는 점과 최 이사장과 MBC 측이 비밀 협의를 통해 MBC와 부산일보 지분을 매각하고 매각대금을 부산·경남 지역 복지사업에 쓰기로 했다는 의혹 등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최 이사장 등은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을 매각해 특정 대선 후보를 위해 쓰려고 공모했다. 이는 명백한 공직선거법과 형법 위반 행위"라며 18일 최 이사장과 김재철 MBC 사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