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와 금융회사들의 1ㆍ4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증시 불안감이 다시 증폭되고 있다. 13일 코스피지수는 전날에 비해 2.60% 급락하며 1,615.62포인트로 장을 마쳤다. 최근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단행한 2,000억달러 긴급 유동성 공급이 ‘단기효과’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 확산되면서 외국인이 매도 공세를 펼쳤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번 유동성 공급을 계기로 오는 18일로 예정된 미국의 금리인하폭이 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주요 금융회사들의 1ㆍ4분기 실적발표 역시 증시를 크게 출렁거리게 할 것이란 불안감이 증시를 덮쳤다. 전문가들은 “다음주 미국의 금리 조정과 금융주 실적이 당분간 증시의 흐름을 가늠하게 할 것”이라며 “변동성 장세가 확대될 가능성이 어느 때 보다 높다”고 진단했다. ◇’금융 불안감’ 다시 엄습=이날 우리 증시는 미국발 악재로 사흘 만에 큰 폭으로 하락했다. 외국인들이 4,000억원 이상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하지만 개인은 1,600선 지지에 대한 기대감으로 저가 매수에 나서면서 4,46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우리 증시를 비롯한 중국ㆍ일본 등 아시아 시장이 일제히 2~3%대의 동반 급락세를 보였다. 중국은 물가 불안과 긴축 우려가 악재로 떠올랐고 일본은 엔화 폭등 여파로 지수가 크게 떨어졌다. 특히 이날 칼라일캐피털의 자산이 채권단에 압류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자심리를 더욱 악화시켰다. 민상일 한화증권 연구원은 “미국발 금융위기뿐 아니라 최근에 중국ㆍ일본 등에서도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지수가 크게 하락했으나 심리적 지지선인 1,600선에 대한 의지는 비교적 강했다”며 “앞으로 칼라일캐피털과 같은 금융 불안감을 부추기는 돌발 소식들이 상반기 동안 돌출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 금리인하ㆍ금융사 실적이 증시 방향타=이제 증시의 눈과 귀는 다음주로 예정된 미국 FRB의 금리인하 이벤트와 미국 금융주의 실적으로 집중되고 있다. 현재 시장은 FRB가 최근 긴급 유동성 자금 공급을 계기로 당초 0.75%포인트에서 다소 줄어든 0.5%포인트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다음주에는 리먼브러더스(18일), 골드만삭스(18일), 모건스탠리(19일), 베어스턴스(20일) 등 미국의 대형 금융기업의 실적발표가 있어 추가적인 부실 상각 및 손실규모에 따라 향후 증시의 결정적인 방향타가 될 전망이다. 실적이 기대치에 부합하면 증시는 급속히 안정을 되찾을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혼란이 불가피하다. 현재 미국 금융회사들은 지난 4ㆍ4분기를 최악으로 이번 분기는 실적이 다소 개선될 것이란 분석이 다소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불거진 칼라일캐피털 사건처럼 ‘의외의 복병’이 튀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도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음주 미국의 주요 금융기업의 실적 결과는 증시 방향에 있어서 어느 때 보다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연초 이후의 급격한 이익전망 하향 조정에도 불구하고 1ㆍ4분기부터는 회복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당분간 변동성 확대 불가피=우리 증시는 다음주 미국의 ‘금융 이벤트’와 함께 중국의 긴축과 인플레이션 우려, 엔화 초강세 등의 불확실성으로 변동성이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주성 대우증권 투자전략파트장은 “미국 금리의 변동폭과 금융주의 실적 결과에 따라 지수 변동성이 크게 나타날 것”이라며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환경을 감안할 때 3월은 증시 변동성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정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긴축 우려가 상존하는 중국, 엔화 강세로 인해 기업들의 실적 감소가 예상되는 일본 등 아시아 각국 증시의 개별 악재로 인한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미국 금융기관들의 어닝시즌을 앞두고 다시 한번 추가 손실 상각에 따른 충격이 뒤따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