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3월 12일] 금융위 과장의 전화

지난 4일 저녁식사 중에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5일자로 기자가 쓴 ‘5억 이하 빚 한달만 연체해도 구제해준다’는 개인 프리 워크아웃 기사에 대해 금융위원회 담당과장이 전화를 한 것이었다. 통화 내용은 “금융위 자료라고 했는데 그런 내용을 본 적도 없다. 수만가지 방안을 논의 중인데 언제적 얘기인지 모르겠다. 내가 하는 것도 아니다. 모럴 해저드 방안을 강구 중이고 논의를 해봐야 된다. 자료를 어디서 빼왔는지 모르겠지만 아쉬운 소리를 할 것도 없고 앞으로 다시 안 보면 되니까 알아서 해라. 내일 보도 해명 자료를 내겠다”는 것이었다. 기사 내용에 대한 구체적 지적이나 토론은 없었다. 일방적인 훈시와 압박성(?) 통화 이후 전화는 끊겼다. 해당 기사는 금융위가 추진 중인 개인 프리 워크아웃 제도도입방안을 금융회사들을 통해 취재한 것이었다.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와 금융위의 일방적 밀어붙이기가 걱정된다’는 금융권 반응도 기사에 추가됐다. 그날 인터넷 ‘야후’ 사이트에는 해당기사에 대한 199건의 댓글과 수십건의 답글이 달리면서 ‘모럴 해저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금융위는 보도해명 없이 10일 개인 프리 워크아웃에 대한 최종방안을 발표했다. 담당과장의 말과는 달리 내용은 똑같았다. 모럴 해저드 방지를 위한 채권회수 기간확대, 선 자율시행 등 금융회사의 의견은 최종방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이자할인 폭을 줄이는 대신 최저이자율을 낮췄다. 금융위는 업계 의견을 듣기 위한 임원회의도 생략한 채 제도실행을 위한 업권별 실무자 설명회만 잡았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카드사태를 촉발한 대환론을 연상시킨다고 우려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사후에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전에 이해를 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선 담당자들은 제도에 대한 설명과 설득ㆍ토론은 “귀찮고 하찮은 소리”고 비판과 지적에 대해서는 “안 듣고 안 보면 된다”고 말한다. ‘소통의 필요성’은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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