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이사회서 회장에 혼쭐… 사실상 해고

판디트 씨티그룹 CEO 돌연 사임 왜?<br>금융당국과 스킨십도 실패


미국 3위 은행인 씨티그룹의 비크람 판디트(사진) 최고경영자(CEO)가 16일(현지시간) 돌연 사임한 가운데 배경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판디트 전 CEO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사임은 내 판단이며 쫓겨난 게 아니다"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여러 정황을 봤을 때 사실상 등을 떠밀린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판디트의 사임은 지난 15일 밤 뉴욕 씨티그룹 본사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갑작스럽게 결정됐다. 이사회 참석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마이클 오닐 씨티그룹 회장은 회의 도중 판디트 CEO에게 "은행 운영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물러나든지 해고 당하든지 양자택일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판디트는 반박을 하는 대신 잠시 침묵하다 곧장 사임을 선언했고 판디트의 측근인 존 헤이븐스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이어 사표를 던졌다. 로이터통신은 "오닐 회장과 판디트 CEO 간 갈등이 임계점을 넘었다"고 이날 보도했다.


4월 회장 자리에 오른 오닐은 이사회 멤버로 재직할 때부터 판디트의 경영실적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판디트가 취임한 2007년 12월 이후 씨티그룹 주가는 무려 89%나 폭락했다. 물론 이 기간 리먼브러더스 사태 같은 불가항력적 위기가 있었지만 이후 대응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닐 회장은 2주 전 마이클 코뱃 신임 CEO를 따로 불러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진사임이 아닌 사실상 해고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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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디트가 미국 금융당국 최고위직 인사들과의 '스킨십'에 실패한 것도 전격사임의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그는 평소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성(姓)인 버냉키가 아닌 '벤'으로 부르면서 주변에 친분을 과시해왔다고 한다.

하지만 내성적인 판디트는 FRB나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인사들과 그다지 친밀하게 지내지 못했으며 그나마 1년6개월 전부터 한달에 하루 수도 워싱턴DC를 방문하는 게 전부였다.

여기에 올해 초 FRB가 실시한 은행 스트레스테스트에서 씨티그룹이 탈락하고 자금조달 계획마저 금융당국의 퇴짜를 맞자 이사회 내부에서 판디트의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마지막으로 급여 문제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구제금융 직후인 2010년 위기동참 차원에서 연봉을 1달러만 받겠다고 선언하며 고통을 분담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예상 밖의 저조한 실적을 낸 가운데 올해 임금인상안이 주주총회에서 부결되는 등 회사의 체면을 구긴 게 사실이다. 판디트는 지난 5년간 순수 급여로만 약 5,650만달러(625억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블룸버그통신은 "갑작스러운 사임으로 판디트가 최대 3,300만달러의 현금과 주식을 잃을 수도 있다"고 17일 보도했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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