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기자의 눈/9월 30일] 코스닥의 눈물

코스닥의 눈물 <증권부> 얼마 전 비교적 허물없이 지내는 한 국내 증권사의 임원과 점심을 함께 했다. 요즘 증시와 관련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가운데 그는 뜻밖의 고민거리를 털어놨다. 증권가에 오래 몸담은 한 친구가 좋은 종목이라고‘강추’를 해서 수 천만원을 투자했는데 두 달새 무려 30% 넘게 하락해 남모를 속앓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쓰러운 마음에 도대체 어떤 종목인지를 묻자 그는 곧바로 종목 이름을 떠올리지 못한 채 말을더듬었다. 어떤 사업을 하는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생소한 코스닥 종목이었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묻지마 투자’였던 셈이다. 순간 대형 증권사 임원조차 묻지마 투자에 나섰다는 사실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일확천금을 좇아 투자회사에 대해 제대로 파악도 하지 않고 뭉칫돈을 넣는 게 증권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비단 ‘개미’들만의 일이 아니었던 셈이다. 요즘 국내 증시는 어느 때보다 강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자고 일어나면 연중 최고가 행진을 보이고 있다. 마치 지난 2007년에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인 2,000포인트를 향해 달려가던 시절을 연상시킬 정도다. 하지만 증시의 속내를 살짝 헤집어보면 개인들은‘풍요속 빈곤’을 느낄만하다. 주로 개인들이 투자하는 코스닥 시장이 싸늘하기만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외국인과 기관의 장악력이 큰 코스피지수는 1,860선까지 오르며 28개월 만에 최고치에 달했다. 하지만 코스닥지수는 28개월 전과 비교할 때 25%나 하락한 상황이다. 주로 코스닥 종목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로서는 주식시장의 강세를 피부로 느끼지 못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외국인이 대형주 위주로 사들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코스닥 시장이 수급측면에서 소외를 받기 때문이다. 더구나 올들어 네오세미테크의 상장폐지처럼 코스닥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현상이 발생해 투자심리를 억누르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그렇지만 한 켠에는 여전히 코스닥 종목에 대한 투자를‘한탕하기’식으로 접근하려는 투자보다 투기에 가까운 매매행태가 자리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이는 올해 개인들이 활발하게 매수한 종목들이 주로 갓 상장해 변동성이 클 수 밖에 없는 새내기주들이라는 점과도 맥을 같이 한다. 결국 코스닥 시장을 다시 활기 넘치는 투자의 장으로 만드는 것은‘눈먼 돈’이 아닌 보다 건전한‘투자문화’에 달려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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