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업계가 유류보조금이라는 ‘시한폭탄’을 안은 채 초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대기업 물류 자회사들이 자사 물량을 배송하는 개인화물운송사업자(지입차주)들에게 돌아갈 유류보조금을 편취, 또는 횡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지 한달이 다 돼간다. 건설교통부와 국세청이 실태 파악에 들어갈 예정이고, 경찰 등 수사기관이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문제는 지입차주들에게 돌아갈 유류보조금이 이미 곳곳에서 줄줄 새고 있다는 것이다. 유류보조금은 기름값 인상으로 사업에 애로를 겪고 있는 지입차주들의 수입 보전을 위해 정부가 지난 2001년부터 도입한 제도다. 지입차주들은 자신들이 사용한 유류비에 대해 일정액을 정부로부터 보조를 받고 있는데, 그 금액만도 연간 6,000억원에 달한다.
대형 물류회사와 거래하는 운수회사에 소속돼 있는 지입차주들에게 유류보조금은 말 그대로 ‘피 같은’ 돈이다. 취재 과정에서 기자는 지입차주들에게 이 돈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 수 있었다. 한 택배영업소장은 “택배 물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새벽부터 밤까지 배송을 다녀야 하는데 기름값이 큰 부담이었다”면서 “택배 단가가 내려가면서 수익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었는데 그나마 유류보조금 때문에 숨통이 트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유류보조금을 ‘주머니 속의 쌈짓돈’처럼 인식하는 대형 물류회사와 운수회사 때문에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유류보조금 운용과 관련한 비리는 매우 다양하다. 비직영 차량이 사용한 유류비를 직영 차량이 주유한 것처럼 둔갑시키기도 하고, 물류회사와 운수회사가 공모해 연비를 조절하는 방법으로 유류보조금을 편취하는 수법이 동원되기도 한다. 물론 지입차주들로부터 유류보조금을 신청받아 지급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이러한 실태 파악마저 못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유류보조금 지급의 수월성을 위해 도입한 화물복지카드가 무분별하게 발급되면서 불법으로 유류비를 수령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제기된 의혹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고, 화물복지카드를 둘러싼 비리야말로 물류 업계를 뒤흔들 ‘메가톤급 폭탄’의 ‘뇌관’으로 보고 있다. 건교부와 국세청, 그리고 수사기관이 사실 확인에 들어갔으니 시시비비는 밝혀질 것이다. 유류보조금과 관련된 불법 행위가 명명백백하게 밝혀져 물류 업계가 정화되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비리의 온상으로 여전히 남아 있을지는 정부 당국과 수사기관의 의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