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일 막이 오르는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우리 측은 자동차, EU는 화장품 시장개방 확대가 각각 공격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미국과 달리 농업개방에 소극적인 EU도 삼겹살ㆍ치즈 등 유제품 분야의 개방확대는 적극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측은 협상분과를 크게 4개로 나누고 1차협상에서 양허(개방)안 교환시기 등 주요일정을 확정해 가급적 1년 내 협상을 타결지을 계획이다.
◇한-EU FTA 협상 달굴 쟁점들=우리나라는 EU와의 FTA에서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자동차산업이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 EU의 자동차 관세철폐에 협상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EU의 자동차 관세는 10%로 높은 편이어서 지난해 EU에 9억달러어치의 자동차를 수출한 국내 기업들이 관세철폐시 경쟁력 강화에 큰 힘을 얻게 된다. 협상단은 아울러 대EU 수출액이 많으면서 고관세인 영상기기ㆍLCD 등 디스플레이 제품 관세 철폐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우리 측은 아울러 개성공단 제품의 원산지 특례인정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EU측 반덤핑제재 완화를 위한 장치마련에도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EU는 지난 12년간 한국산 37개 품목에 대해 조사를 벌여 15건의 수입규제조치를 취하는 등 미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한국산 제품에 반덤핑 등 문제를 제기해왔다.
돼지고기 생산이 많은 반면 삼겹살은 거의 먹지 않는 식문화 때문에 EU 측은 삼겹살 수출을 겨냥해 돼지고기 관세철폐를 적극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EU가 강한 경쟁력을 보유한 화장품ㆍ치즈 등 유제품과 와인 등의 관세철폐 요구가 거셀 전망이다. 외교통상부의 한 관계자는 “EU 측이 자동차와 의약품ㆍ화장품은 관세와 비관세 철폐를 동시에 요구할 것으로 보여 이 부문 협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 어떻게 진행되나=양측은 협상 분야를 상품, 서비스 및 투자, 규범, 분쟁해결 및 지속가능개발 등 크게 4개로 나눴다. 한미 FTA 협상은 분과가 17개에 달했지만 EU 측이 협상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대분과로 나누길 선호해 우리 측이 이를 수용한 것이다.
양측 협상단은 1차협상에서는 협정문 작성방안과 양허안 교환시기 등 협상의 기본방향을 정할 계획이다. 양허안 교환시기가 확정되면 대략적인 협상타결 시기를 예상할 수 있는데 양측은 가능한 1년 내 협상을 마무리할 계획으로 일정을 수립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5~6회의 공식협상을 계획 중인 양측은 1차협상에 이어 7월과 9월 각각 2ㆍ3차협상을 EU 본부가 위치한 벨기에 브뤼셀에서 잇따라 열기로 했다. 4차협상은 서울에서 연다는 데 합의했을 뿐 아직 구체적인 날짜는 잡지 못했다.
양측 모두 지난 4월 타결된 한미 FTA 협상 결과를 기초로 상호 요구사항을 조율해나갈 것으로 보여 협상이 벼랑 끝에 서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측은 미국 이상은 어렵지만 미국 수준의 개방은 수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수석대표인 김한수 외교부 FTA추진단장은 “미국과 워낙 강도높은 FTA를 체결해 한-EU FTA 협상은 수월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