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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의 할리우드 통신] '아카데미' 40대 멕시칸 감독들 약진
입력2007.02.20 16:58:40
수정
2007.02.20 16:58:40
| 위에서 부터 알레한드로 이냐리투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알폰소 쿠아론 감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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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발표된 제79회 아카데미상 각 부문 후보 발표에서 괄목할 만할 것은 3명의 40대 멕시칸 감독들의 약진이다.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43)가 감독한 '바벨'은 작품 및 감독 등 총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영화는 오는 25일(현지시각) 할리우드 코닥극장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놓고 지금 '리틀 미스 선샤인'과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역시 멕시코 감독인 기예르모 델 토로(42)의 '판의 미로(Pan's Labyrinth)'는 외국어 영화상ㆍ각본상 등 모두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마지막으로 알폰소 쿠아론(45)의 '사람의 아이들'은 각본 등 총 3개 부문서 후보에 올랐다. 3명 감독의 작품이 총 16개 부문에서 후보에 오른 쾌거를 이룬 것.
할리우드는 이들을 '스리 아미고스'(세 친구)라고 부르면서 뛰어난 창의력과 신선하고 과감한 주제 선정 등이 구태의연한 미 영화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세 사람의 공통점은 가족, 그리고 그들 관계의 얘기를 어두운 톤으로 그리는 것으로 종종 정치적 색채를 띠기도 한다.
이들 스리 아미고스는 실제로도 막역지우 사이다. 보통 때 가족들이 모여 식사를 하는가 하면 서로 각본을 돌려가며 읽고 편집기술을 서로 알려주고 또 친구의 영화 개봉 일을 피해 자신의 개봉 스케줄을 잡는다. 곤살레스가 6개의 외국어를 사용한 '바벨'을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제출하지 않은 것은 델 토로의 '판의 미로'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다.
이들이 이렇게 우정으로 서로를 후원하고 결속돼 할리우드 영화와는 완전히 다른 독창적 영화를 만듦으로써 미 영화계에 멕시칸 혁명이 서서히 일어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에 따라 A급 배우들이 이들의 작품으로 몰려들고 있다.
브래드 피트는 '바벨'에 나오기 위해 (그는 주연도 아니다) 먼저 출연키로 마음먹었던 '샘(The Fountain)'을 포기했다. 또 '사람의 아이들'에 나온 클라이브 오웬은 "각본을 한번 읽고 역이 마음에 들어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할리우드의 레이다에 잡힌 것은 지난 2001년 이냐리투의 '개 같은 사랑(Amores Perros)'이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오르면서였다. 그 뒤로 이냐리투는 이 영화의 속편격인 '21그램'과 '바벨'을 만들었다.
이들 3편은 모두 우연과 기회에 관한 내용이다. 쿠아론은 셋 중에 메이저의 대작을 만든 유일한 감독. 그는 해리 포터 시리즈의 하나인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를 감독해 빅 히트 했다. 셋 중 가장 환상적이요 괴물영화를 주로 만드는 델 토로는 아버지가 납치되면서 1998년 미국으로 건너와 스튜디오 영화인 '블레이드 II' 와 '헬보이' 등을 만들었다.
그러나 델 토로는 할리우드 영화 외에도 멕시코에서 '크로노스'를 찍었고 스페인에서는 '악마의 등뼈'와 '판의 미로'를 만드는 등 세계를 무대로 영화를 만들고 있다.
이냐리투의 '바벨'은 임의적 행동의 결과와 인간간 대화와 접촉을 호소하는 영화다. '사람의 아이들'은 인간이 불임상태가 된 미래 없는 미래의 얘기이고 '판의 미로'는 1944년 스페인의 프랑코 집권 초기 지상의 절망과 참담함과 폭력을 피하기 위해 어둡고 환상적인 지하세계로 들어가는 11세 소녀의 얘기다.
세 사람의 각별한 우정에 대해 쿠아론은 "이민자가 뚫고 들어가기가 힘든 할리우드에서 우리는 진실로 서로에게 의지하고 또 서로를 후원함으로써 생존의 방법을 찾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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