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모뉴엘 사태가 기술금융에 주는 교훈


모뉴엘 사태가 실적을 부풀린 사기 행각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지난 2월 kt ens의 매출채권 사기와 유사하다. 그러나 두 사건에는 차이점이 있다. kt ens의 경우 KT라는 든든한 모회사가 있는 반면 모뉴엘은 창업한 지 이제 10년 된 회사다.


9월 말 현재 모뉴엘이 은행에 상환하지 못한 대출액은 총 6,768억원. 이 중 무역보험공사의 보증 없는 신용대출만도 2,900억원에 달한다. 은행들은 모뉴엘이 실적 개선세만 보고 막대한 자금을 빌려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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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뉴엘 사태의 이면에는 기술에 대한 맹신이 자리하고 있다. 2007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가전박람회(CES)에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모뉴엘을 혁신적 기업으로 치켜세웠다. 이후 올해까지 모뉴엘은 매년 CES에 참가하며 모두 21개 제품에 걸쳐 혁신상을 수상했다. 국내에서도 국무총리 포상,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표창을 받았고 수출입은행은 모뉴엘을 히든챔피언으로 선정했다. 업계는 물론 국가 차원에서 모뉴엘을 중소기업의 바람직한 모델로 치켜세웠다. 은행과 무보가 모뉴엘의 실적 부풀리기를 소홀히 본 것에는 창조적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한몫했다.

금융당국은 모뉴엘 사태를 보고 균형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 기술금융은 초기 기업의 성장을 유도해 우리 산업의 뿌리를 탄탄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자본시장에서 투자의 형태로 이뤄지는 것보다 대출로 지원되면 성장에 따른 창업자 몫이 크다는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그러나 기술에 치우치다 보면 기업의 본질인 경영에 소홀해질 수 있다. 특히 최근 기술금융 실적을 토대로 은행들을 줄 세우며 압박하는 일방통행식으로는 기술에 대한 평가와 이를 근거한 대출도 객관성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우려는 현실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기업은행이 진행한 기술기반 대출 중 40%에 육박하는 비중이 기술력이 부족하다고 평가되는 T6 이하 등급 기업에 나갔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달 7일 기술금융 우수지점을 격려차 방문한 신한은행과 기업은행 시화공단지점에서 "먼 훗날 돌이켜봤을 때 기술금융이 우리 경제에 큰 기여를 했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다 같이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기술금융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제2, 제3의 모뉴엘이 나오지 않아야 한다.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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