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예산낭비·유명무실 정부위원회가 20곳뿐인가

정부가 11일 실적이 없거나 필요성이 줄어든 정부 위원회 20곳을 폐지하기로 했다. 또 황사대책위원회 등 6개는 통폐합하거나 운영을 효율화할 계획이다. 이번 조치는 예산낭비 등 정부 위원회의 무분별한 설립에 따른 폐해를 막기 위한 것이다. 당연하다.


문제는 정부 위원회 난립과 정비가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08년에도 위원회의 방만한 운영이 도마 위에 올라 대대적인 정비작업이 진행된 바 있다. 당시 통폐합 등으로 579개에 달했던 위원회 숫자가 2010년에는 431개까지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후 정권교체기를 틈타 다시 슬금슬금 늘어나더니 2011년 449개, 2012년 505개, 지난해 536개 등으로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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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반론도 없지 않다. 이해관계가 복잡해지는 사회에서 정부 위원회가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고 정책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설립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놀고먹는 위원회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정부가 사회적 합의도출을 명분으로 대통령 직속이니, 총리실 산하니 하면서 위원회를 앞다퉈 만들어놓고는 실제 운영은 뒷전인 경우가 수두룩하다.

6월 말 현재 정부 위원회는 행정위원회 38개, 자문위원회 499개 등 537개에 이른다. 이들을 꾸리는 운영비와 인건비 등에 연간 수천억원의 예산이 들어간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해 단 한 차례도 모임을 열지 않은 위원회가 179개나 되고 그중 122곳은 서면회의조차 하지 않았다. 안전행정부 산하 도서개발심의위원회는 3년간 단 한 차례의 서면회의도 하지 않았다.

정부 위원회 10곳 가운데 3곳이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라는 얘기다. 나머지도 형식상 회의만 한두 번 열고 말았다고 하니 위원회 무용론이 없다면 이상한 일이다. 정부 위원회의 옥석을 가려 꼭 필요한 곳은 활성화하고 예산만 축내는 곳은 통폐합하거나 없애는 게 바람직하다. 정책자문에 그치지 않고 정책을 결정하는 위원회가 많아지는 추세를 고려해 정책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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