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키코 소송 2심도 은행 勝…“불완전 판매 인정 안돼”

은행이 다시 한 번 웃었다. 법원은 키코 상품에 구조적 결함이 있다고 보기 어려울뿐더러 은행이 파생상품 투자 경험이 있는 기업의 의사에 반해 적극적인 자문을 할 의무는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민사16부(이종석 부장판사)는 31일 중장비제조업체 수산중공업이 한국씨티은행과 우리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키코는 모든 환변동 위험을 피하기 위해 설계된 상품은 아니다”라며 “환율 상승에 대한 손실은 환헤지를 기대하고 상품을 체결했을 때 기업이 부담해야 할 기회비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은행이 떼어간 수수료가 과다했다는 수산중공업의 주장에도“은행이 영리 기업인 이상 필요한 비용과 이윤을 수취하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으며 파생상품 거래 당시 은행이 구체적인 수수료 규모를 공개할 의무는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재판부는 “키코 상품을 가입한 수산중공업의 담당자는 환헤지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고 스스로 판단해 은행과 협의한 것으로 보인다”며 “은행에서 제공한 정보가 수산중공업 측의 위험성 인지를 방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과정에서 수산중공업은 문제가 된 키코 계약을 맺기 전에도 농협과 20여건의 파생상품 계약을 맺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사실은 재판부가 보기에 은행이 과도한 위험성이 수반되는 상품을 권유해 키코상품에 가입했다기 보다 기업이 당시 재무상황과 환율변동을 자발적으로 판단해 투자를 결정한 근거가 됐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움직이면 시장가격보다 높은 환율로 외화를 팔 수 있지만, 환율이 지정된 상한선을 넘으면 계약 금액의 2~3배를 시장가격보다 낮은 환율로 팔아야 하는 통화옵션 상품이다. 수산중공업은 2008년 11월, 키코상품 계약 당시 은행이 상품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은 ‘불완전 판매’를 해왔다며 손실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소송의 요지는 키코가 은행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설계된 약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계약을 무효로 해달라는 것. 앞서 1심 법원은 은행의 키코 판매가 ‘불완전 판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원고패소로 판결했다. 한편 지난해 11월 2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무더기 선고를 한 이후 항소심을 통해 은행과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는 기업은 100여 개다. 키코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는 선고 직후 “사법부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교묘한 속임수로 우량 중소기업들에게 사기를 친 은행을 비호했다”며 강력한 반발의사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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