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10월 7일] 버핏의 금융 도박

우울한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는 와중에도 우리는 공적으로든 사적으로든 지난 14개월 간 지속된 금융위기를 끝낼 기회를 얻었다. 미국 의회에서 구제금융안이 통과되고 대통령의 서명까지 날인된 것이다. 이는 주목할 만한 성과였다. 비록 완벽한 법안은 아닐지라도 미국 정부가 금융위기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했기 때문이다.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은 이제 자신에게 주어진 도구들을 잘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 금융시장은 폴슨 장관이 구제금융안을 잘 실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지 않는 이상 불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폴슨 장관은 차기 대통령 선출까지 자신의 임무를 미뤄서는 안 된다. 한편 시장에서도 사적 자본이 파탄에 빠진 은행들을 구제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웰스파고는 와코비아를 정부의 개입 없이 154억달러에 사들이기로 했다. 웰스파고는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지원을 등에 업은 씨티그룹의 와코비아 매입 협상에 끼어들어 와코비아를 가로챘다. 이 때문에 씨티그룹은 법적인 싸움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웰스파고는 어쨌거나 흉흉한 시장 분위기 속에서도 누군가는 리스크를 감수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줬다. 구제금융안 통과는 웰스파고에 와코비아 매입 의지를 북돋아줬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웰스파고 지분의 9%를 보유하고 있는 워런 버핏에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최근 골드만삭스나 제너럴일렉트릭 등에도 투자했다. 구제금융안이 성공할 것이라는 암묵적인 전망에 따라 도박을 건 것이다. 구제금융안은 홀로 성공할 수 없다. 버핏을 본받는 투자자들이 빨리 늘어날수록 금융시스템의 안정화도 빨라질 것이다. 그리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이 과정에서 계속되는 금리인하로 초래될지도 모를 인플레이션에 주의해야 한다. 또 뱅크런이 발생할 경우 해당 은행에 자금을 대출해줌으로써 시장 안정성을 보증해야 한다.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지난주 미 금융시장에서 신뢰를 다시 쌓아올릴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또 공포가 시장을 지배하는 상황에서도 일부 현명한 이들은 희망을 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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