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韓·中·日 바둑 영웅전] 이세돌의 기질

제5보(58∼77)



헤딩한 수에 대하여 직접 응수를 하지 않고 실전보의 백58로 손을 돌린 것은 현명한 처사였다. 직접 대거리를 한다면 참고도1의 백1인데 그때 흑2로 젖히는 리듬을 주게 되는 것이다. 이 코스는 흑의 주문에 빠지는 길이다. 백64까지는 검토실의 윤현석9단이 사이버오로에 올린 가상도 그대로였다. 그러나 그 다음부터는 일치하지 않았다. 윤현석의 가상도는 흑3과 백4였는데 이세돌은 흑3으로 뛰지 않고 상대방이 둘 곳인 65의 자리를 보기좋게 선점한 것이었다. 옆에 있던 장수영9단이 말했다. "이세돌의 다음 착점을 알아맞히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언제나 이런 식이거든요. 내가 차지해야 할 곳보다 상대가 차지할 곳이 더 좋아 보이면 무조건 그곳부터 선점하고 보는 게 이세돌의 기질입니다." 백76은 오전의 마지막 착점이고 흑77은 오후의 첫 착점이었다. 일본에서는 도전기의 경우에 봉수제도가 시행되지만 한국에서는 70년대초에 봉수제도가 폐지되었다. 봉수란 자기가 두기로 결정한 착점을 기보용지에 표시하여 상대방이 모르게 입회인에게 보관시키는 것을 말한다. 상대가 점심시간에 다음 수에 대한 응수를 연구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 봉수제도의 정신이다. 이세돌은 백76에 대한 응수를 점심시간에 충분히 생각해 두었는지 오후 대국이 재개되자마자 흑77을 두었다. "백76은 완착이었습니다. 77의 아래에 눌러두는 것이 최선이었어요. 조한승은 아마 점심시간내내 좀 꺼림칙했을 겁니다."(윤현석)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