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한중 FTA 6차협상 1단계 합의 도출 못해

상품 자유화율 등 이견 커… 연말까지 타결 힘들수도


한국과 중국이 부산에서 4일 끝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6차 협상에서 1단계 모델리티(기본지침) 합의에 실패했다.

양국은 당초 6차 협상에서 사실상 1단계 협상을 마무리한 뒤 오는 8월께 중국에서 열리는 7차 협상에서 합의된 내용을 조문화할 계획이었지만 상품 자유화율(관세 철폐품목 비율) 등 주요쟁점에 대한 의견 차가 여전히 큰 것으로 확인됐다.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은 이날 협상 결과 브리핑을 통해 "1단계 협상 타결을 목표로 협의를 추진했지만 유감스럽게도 타결되지 못했다"며 "양국 정상회담에서 포괄적 FTA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지만 중국 실무자 측은 아직 기본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중 FTA 협상은 정상회담의 성과에도 불구, 다시 지루한 밀고 당기기를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 사이에는 여전히 '높은 수준의 FTA'에 대한 시각 차이가 명확히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우 실장은 "정상회담의 성과에 급급하지 않고 내실 있는 성과를 만들어내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며 사실상 한중 FTA 속도조절론을 꺼내들었다. 이에 따라 한중 FTA 1단계 협상이 올해 말까지 타결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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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FTA의 큰 틀이 되는 이번 1단계 협상에서 양국은 상품 자유화율과 관련해 이견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측은 90% 이상의 높은 자유화율을 요구하는 반면 중국 측은 자국 공산품 시장 보호를 위해 이보다는 낮은 수준의 개방을 원하고 있다. 품목과 수입액 기준으로 자유화율을 동일하게 적용할지, 아니면 별도로 적용할지에 대해서도 양국 간 의견은 대립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가 지금까지 맺은 미국ㆍ유럽연합(EU) 등과의 FTA는 모두 자유화율이 95%를 넘는다. 세계무역기구(WTO)에서도 상품 자유화율이 90%를 넘어야 비로소 FTA로 간주한다. 우리 FTA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으로 체결해 활용도가 떨어지는 한ㆍ아세안 FTA가 90% 수준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자유화율이 90%를 넘지 않는 이상 FTA 체결의 의미가 별로 없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 경제논리보다는 정치논리를 앞세워 이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FTA를 체결해왔다. 결국 중국 측의 전향적인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우리 측 농산품의 추가 개방이 필요하지만 이 역시 우리가 내주기 어려운 부분이라 양국 협상은 쉽게 타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중 양국은 다만 이번 6차 협상에서 그간 협정 대상 포함 여부를 놓고 이견이 있었던 경쟁ㆍ투명성ㆍ전자상거래ㆍ환경ㆍ정부조달 등의 분야도 협정 대상에 포함하기로 합의했다. 우 실장은 "포괄적 FTA에 대한 중국과 한국 정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7차 협상에서 잔여 쟁점을 최대한 줄여가겠다"고 말했다.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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