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이제는 산업기술 ODA 주목할 때


이상근 단장


반세기 전 우리나라가 전쟁의 상흔을 극복하는 데는 해외 원조의 도움이 컸다. 선진국이 빌려준 차관으로 배고픔을 달래고 길도 내고 학교도 짓는 등 경제 발전의 기초를 다졌다. 상대적으로 잘사는 나라가 그렇지 않은 나라를 돕는 것은 지구촌 상생의 미덕으로 이어져왔다.


하지만 단순한 인도주의적 지원만으로는 도움을 주는 나라(원조 공여국), 도움을 받는 나라(원조 수여국) 모두에 큰 도움이 안된다. 예를 들어 말라리아 예방 차원에서 아프리카에 모기장을 보낸다고 가정해보자. 순수한 의도로 원조하는 것이라 해도 현지에서 모기장을 생산해 판매하는 기업에는 타격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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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최근 여러 선진국은 가급적 단순 원조를 지양하고 원조 수여국의 경제 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만한 방안을 찾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산업기술 공적개발원조(ODA)다. 산업기술 ODA는 경제 기반을 다지는 데 필요한 기술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이다. 모기장을 보내는 대신 모기장 생산 공장을 세워주고 현지 주민들이 직접 고품질 모기장을 생산할 수 있도록 우리 기술자들을 보내 돕는 방식이다.

이미 독일과 미국·일본 등 산업 강국들은 산업기술 ODA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본과 멕시코가 자동차 분야에서 협력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닛산·혼다 등 많은 일본 완성차 회사들은 멕시코에 생산 공장을 건설했는데 현재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북남미 시장을 빠르게 공략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을 키우려는 멕시코에 일본이 자국 기술을 전수한 덕분에 멕시코의 기술 수준이 올라오면서 현지 공장에서 값싸고 품질 좋은 부품을 공급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산업기술 ODA는 원조를 받는 국가에만 이득이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산업기술 ODA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내수 규모가 작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산업기술 ODA를 확대한다면 수여국도 돕고 우리 기업의 판로를 확보할 수 있는 계기도 될 것이다.

아직 우리나라의 산업기술 ODA는 걸음마 수준이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베트남과 우즈베키스탄에서 각각 농기계·섬유산업 ODA를 추진하고 있다. 두 사업이 진행된다면 포화 상태에 이른 우리 농기계·섬유 시장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베트남·우즈베키스탄과의 관계가 더 돈독해지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가 보은 차원에서 지구촌 차원의 상생 정신을 확대 재생산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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