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포스트 G20, 기업이 국격을 높인다] 5·끝. 기업나라 만들어라

"기업들 마음껏 뛸 수 있게 규제 풀고 稅부담 줄여줘야"<br>상생압박·법인세 논란 등 포퓰리즘에 빠져선 안돼<br>'경제 성장엔진' 발목잡는 反기업 정서 해소도 필요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 현실에 적합한 맞춤형 해결책을 찾으며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해왔습니다." 지난달 11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비즈니스 서밋 개막식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환영사로 한 말이다. 같은 시각 TV를 통해 대통령 연설을 듣는 재계는 복합적인 감정이 교차했다. 지난 여름 '친서민' 슬로건 이후 대중기 상생압박에 이어 기업 세무조사, 검찰 수사, 법인세 감세철회 논란 등 일련의 사건을 접한 재계로서는 대통령 말에 선뜻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려던 초심을 유지하고 있는지 정체성에 대한 의구심이 점점 커지는 게 현실이다. 이 같은 시각은 재계만 가진 것이 아니다. 학계에서는 수개월 전부터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 대신 '시장원리를 훼손하는 포퓰리즘'으로 가는 것을 경계하는 경고음을 울려왔다.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 8월1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짧지만 의미심장한 글을 올렸다. 이 교수는 "이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거창하게 내건 구호는 '비즈니스 프렌들리'였다. (중략) 그러나 임기가 채 반을 넘기기도 전에 갑작스레 '대기업 때리기'로 태도를 바꿔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일관성을 잃은 정책이 최악의 정책이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글을 맺었다. 이 교수의 우려는 적중했다. 최근 법인세 감세 논란과 이에 따른 파장이 대표적 예다. 기획재정부는 법인세 감세를 추진하고 여당의 일부가 이에 반대하는 양상이지만 이미 2년 전에 확정한 사안을 놓고 왈가왈부하는 데 대해 재계는 실망감을 넘어 배신감마저 느끼고 있다. 이에 더해 투자진흥책의 하나인 임시투자세액공제를 폐지하기로 해 기업의 체감온도는 영하권으로 떨어졌다. 기업환경 개선을 통한 기업활동 촉진과는 정반대 형국인 것이다. "경제를 살리고 활성화하는 가장 중요한 주체는 기업"이라는 이 대통령의 말처럼 정부와 정치권이 함께 기업이 마음껏 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기업 설비투자액의 일정 비율(7%)로 세금공제를 해주는 임투세공제를 폐지하면 2.5~3.5%의 설비투자가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와 관련, 전국경제인연합회는 600대 기업들이 임투세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 내년도 투자를 당겨 집행하면서 하반기 투자액이 지난해보다 38.1% 증가한 60조5,0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내년도 기업투자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둔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재계 안팎에서는 약 2조원의 세수확보를 위해 기업들에 주던 투자 인센티브를 없애는 조치를 '소탐대실'이라고 보고 있다. 김학수 한경연 연구위원은 "진정한 민생안정은 기업 투자확대에 기초를 둔 일자리 창출로만 가능하다"며 "임투세 폐지는 중소기업 투자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고 진단했다. 법인세 인하 논란 역시 좋은 기업환경과는 거리가 멀다. 당초 이 대통령은 집권 초기 경제 활성화의 핵심 정책으로 법인세 인하, 즉 2010년까지 종전의 세율 25%를 20%로 낮추기로 했다. 그러나 최근 여당에서 '친서민'에 맞지 않는 부자감세라는 이유로 반대해 인하 여부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최광 외국어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연간 법인세 징수액은 35조원가량인데 주주, 소비자, 근로자, 부품 공급자 등이 함께 담세하고 있다"며 "법인세를 주주만 내고 그 주주가 부자여야만 법인세 인하가 부자감세라고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최 교수는 또 "세계 각국이 더 많은 자본과 기술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세금을 줄이는 조세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만은 25%에서 17%로 올해만도 두 차례나 법인세를 내렸고 중국과 홍콩ㆍ싱가포르도 법인세율을 1~8%포인트 낮췄다. 권혁부 대한상공회의소 금융세제팀장은 "세금을 줄이면 투자와 고용이 확대돼 소비가 늘므로 경제성장이 촉진된다"며 "법인세 인하로 기업 경쟁력이 확보되면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간다"고 전했다. 이명박 정부 초기 드라이브를 걸었던 기업규제 완화 노력이 많이 약해진 것도 시급히 시정할 부분이다. 행정규제 건수가 더 늘어나 기업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재계는 정부가 초심으로 돌아가 기업 관련 규제개혁 작업에 성과를 내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여전히 똬리를 틀고 있는 반기업(가) 풍토도 경제의 엔진인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전용덕 대구대 무역학부 교수는 "기업과 기업가는 현대의 복잡한 교환경제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라며 "우리 사회가 그런 기업과 기업가를 억제하고 비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진단했다. 전 교수는 또 "지금보다 더 번영하는 사회를 만들려면 반기업과 반기업가적 정서, 주장, 정책 등을 없애는 일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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