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방통위의 포퓰리즘


"지금 통신비에는 문화비용이 포함돼 있다고봐야 합니다. 지금 통신비 진짜 쌉니다."
"가입비와 기본료 인하, 문자메시지 무료화를 검토 중입니다." 언뜻 보면 서로 다른 두 편에서 각각 나온 말 같지만 사실은 둘 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최근 발언이다. 통신비에 문화비용이 포함돼 있다는 말은 현재 이동통신 서비스에 단순한 음성통화 이상의 서비스가 제공되기 때문에 다소 비싸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동통신사들이 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박 에 반발하면서 내놓은 논리이기도 하다. 이 같은 최 위원장의 발언들을 보면 방통위가 어느 방향으로 나갈지 걱정스럽다. 최 위원장의 발언에는 통신비 인하에 대한 일관된 입장이나 논리가 없다. "한편에서는 4세대(4G) 통신망 투자를 또 다른 편에서는 통신비 인하를 요구하는 방통위가 원망스럽다"는 이동통신업계 반응이 오히려 이유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가입비와 기본료 인하, 문자메시지 무료화, 휴대전화 유통구조 개선 등 방통위가 그동안 내놓은 통신비 인하 방안은 그때그때 여론에 맞춰 급조된 감이 없지 않다. 그저 국민들이 아우성 치니까 적당히 포퓰리즘으로 가자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물론 물가안정이라는 대의 앞에서 적절한 포퓰리즘은 나쁠 것이 없다. 하지만 포퓰리즘의 최대 단점은 장기적인 철학의 부재다. 실제로 방통위는 정보기술(IT) 발전을 위한 철학보다는 정치적인 감각을 더 갖췄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에도 몇백원 깎아주는 근시안적인 정책만 검토하다 애플과 구글이 이끌고 있는 글로벌 IT업계의 움직임이나 우리나라에서 번번이 싹만 틔우다 말았던 신생 IT 기업ㆍ서비스를 놓치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주차장 지붕 때문에 게임심의를 받지 못했다는 개발자의 항의가 들려온 지 오래되지 않았다. 방통위는 올해 상반기를 시한으로 다양한 태스크포스팀(TF)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동통신업계는 벌써부터 큰 기대가 없다며 체념하는 분위기다. 방통위의 반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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