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잔 하고 두 다리 쭉 뻗고 쉬셔도 되겠습니다.”
법원이 웅진코웨이를 기존 계약대로 MBK파트너스에 매각하기로 결정한 지난 25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건물을 나서는 10여명의 채권단 관계자들은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간 치열했던 웅진그룹과의 전투에서 승리(?)한 데 대해 축배를 드는 심정으로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반면 법정관리인인 신광수 웅진홀딩스 대표는 말 한마디 없이 쓸쓸하게 법원을 떠났다. 코웨이 매각결정에 대한 의견을 재차 물어도 “비공개 심문이어서 외부에 발언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썼다”는 말만 결연히 남겼다.
이로써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웅진코웨이 매각건은 일단락됐다. 2월 갑작스런 매각발표에서부터 GS, 중국 가전업체 콩카, KTB PE, MBK파트너스로 인수주체가 바뀌고 웅진홀딩스의 법정관리로 매각중단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보면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코웨이에 대한 애착이 강하게 느껴진다. “다 키운 자식을 잃어버리는 것 같다”는 그의 말처럼 그룹의 모태는 출판사인 웅진씽크빅이지만 코웨이는 현재 웅진그룹을 대표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일 테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코웨이는 그룹 리스크를 덜어내면서 ‘해피’할 수도 있겠지만 웅진홀딩스는 1조6,000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코웨이 외에도 추가적인 계열사 매각이 불가피하다. 앞으로 웅진식품ㆍ웅진씽크빅ㆍ웅진케미칼ㆍ웅진패스원 등 그룹 내 튼실한 기업들이 줄줄이 매각 리스트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결국 웅진그룹은 캐시카우를 잃는 것을 넘어 그룹의 재기조차 만만치 않은 상황에 처하게 됐다. 사무실마저 회의실로 빼앗긴 윤 회장은 건강도 상당히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웅진그룹을 지켜보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연이은 오판으로 그간 윤 회장이 쌓아 올린 이미지가 단박에 실추된 점이다. 맨손에서 시작해 자수성가한 최고경영자(CEO)라는 신화는 무색해졌다.
웅진그룹은 이제 초심으로 돌아가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서 다시 ‘긍정이 걸작을 만든다’ 2탄을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