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국가신용등급이 7년 만에 처음으로 '정크(투자부적격)' 등급으로 추락한 가운데 주요 신흥국들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투자가들의 베팅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수준에 다가서고 있다. 중국 경기 둔화와 맞물려 다음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06년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외국인 자금 유출로 신흥국이 또 한번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브라질의 5년 만기 외채에 붙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390.5bp(1bp=0.01%포인트)로 6년 반 만에 가장 높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CDS 프리미엄도 270.0bp로 2009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터키는 291.8bp로 2012년 6월 수준에 이르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신흥국은 CDS 프리미엄 상승은 물론 국채와 통화가치 하락에 노출돼 있다"며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성장둔화, 막대한 외채, 원자재 수요 둔화 등에 시달리는 신흥국 경제가 더 강도 높은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가 최근 이코노미스트 7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8명은 연준이 이달에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면 신흥국 통화가치가 더 약세를 보이면서 달러 표시 외채의 상환부담 가중, 인플레이션 압력 증가 등의 역풍을 맞게 된다. 또 외국인투자가들이 환차손을 우려해 신흥국 자산을 내던질 가능성도 높다.
이미 달러 대비 터키리라화 가치는 올 들어 23%나 추락했고 남아공 랜드화와 말레이시아 링깃화 가치도 각각 15%, 19% 하락했다. JP모건 신흥시장통화지수는 올 들어 14% 급락했다. 특히 브라질·터키가 연준의 금리 인상에 가장 취약한 신흥국으로 꼽힌다는 게 WSJ의 지적이다. 터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대외부채 규모는 주요 신흥국 가운데 가장 높다. 브라질은 중국 수요 감소에 따른 원자재 가격 약세, 재정적자, 정정불안 등에 직면해 있다.
다만 아직은 신흥국에서 1990년대 말처럼 금융위기가 재연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대다수다. 과거와 달리 자유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데다 막대한 외환보유액과 자국통화 표시 부채가 충격을 줄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또 신흥국 통화가치가 이미 상당히 떨어져 있어 최악의 시기가 조만간 끝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픽텟자산운용의 패트릭 츠바이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42개 신흥국의 구매력과 생산성 등을 감안할 때 통화가치가 달러 대비 평균 24% 저평가된 상태로 1985년 이후 최저치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