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와 식량 가격 급등으로 전세계가 위험지대로 진입하고 있다”는 세계은행의 경고는 한마디로 충격적이다. 지금까지의 고유가와 고물가만으로도 세계경제가 홍역을 앓고 있는데 ‘위험지대’로 들어서면 얼마나 더 혹독한 시련을 겪게 될지 불안하다.
세계은행은 지난해 1월 이후 석유와 식량 가격 급등으로 41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3~10%씩 줄었고 30여개국에서는 식량폭동이 일어났다고 했다. 이는 결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장기간의 호경기 때 커진 거품이 꺼지는 과정에서 언제, 어디서, 어떤 악재가 터질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세계경제는 불확실성에 휩싸여 있다. 세계경제의 견인차였던 미국은 1% 안팎의 저성장이 장기간 지속되는 슬로모션에 들어갔다는 진단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의 상징이었던 GM의 주가는 5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파산설까지 나돌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서 시작된 신용위기가 제조업까지 강타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고용전망 보고서에서 30개 회원국의 실업률이 올해 5.7%에서 내년에는 6.0%까지 계속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1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4.25%로 0.25%포인트나 올렸다. 두바이유가 140달러를 넘는 등 국제유가가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국내 산업계도 고사 직전이다. 가동중단ㆍ감산 등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얼마나 더 버틸지 걱정이다.
상황이 이처럼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데도 국정의 중심이어야 할 대통령과 정부ㆍ국회는 아직도 갈피를 못 잡고 있어 안타깝다. ‘국난적 위기’ ‘외환위기보다 더 심한 불황’ 운운하면서 정작 이렇다 할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노동계도 경제를 더욱 꼬이게만 할 뿐 위기의식이 없어 보인다. 지금은 우리 모두가 혼신의 힘을 기울여도 사실 경기침체를 막기 어렵다.
항간에는 ‘9월 위기설’까지 나돌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쇠고기 파동으로 흐트러진 국론과 국가기강을 바로잡고 경제회생에 힘을 쏟아야 한다. 노동계도 이제는 경제난 극복에 힘을 더해야 한다. 경제가 무너지면 정치도, 노동운동도 설 자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