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추가 회수분의 경기부양 재원 전용 문제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매각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대우건설이 당초보다 높은 가격에 팔릴 것으로 예상되고 대우인터내셔널 등 다른 옛 대우 계열사 매각에서도 추가 회수분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자 열린우리당이 이를 경기부양 예산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재정경제부는 “기획예산처와의 협의 아래 검토하겠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쌓인 빚은 갚지 않고 벌써부터 대선을 위한 경기부양 재원 걱정이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한나라당은 이 같은 정부ㆍ여당의 방안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나서 여여간 쟁점으로 비화되는 양상이다. 윤건영 한나라당 수석정조위원장은 “공적자금 상환 예산은 국민의 혈세를 모아 빚 갚으라고 만들어놓은 돈”이라며 “만약 공적자금 회수에 여유가 생겼다면 감세를 통해 국민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지난 14일 정부와 가진 예산편성 당정협의에서 내년 공적자금 상환용으로 책정된 3조2,000억원의 예산을 경제 활성화와 복지예산으로 활용할 것을 주장했다. 강봉균 의원은 “공적자금 투입 기업의 매각금액이 당초 예상보다 더 걷힐 것으로 보이는데 추가 회수 부분을 예산수요가 많은 복지와 갈수록 예산이 줄어드는 사회간접시설(SOC) 등에 활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2002년 말 공적자금 상환대책에서 총 투입액 159조원 가운데 97조원을 갚아야 할 채무로 산정, 이중 예금보험공사와 자산관리공사의 자체자금ㆍ회수자금으로 갚을 수 있는 28조원을 제외한 69조원에 대한 대책을 수립했다. 당시 원금 20조원은 금융기관 특별기여금(예금 평잔의 0.1%)으로 부담하고 나머지 49조원은 일단 국채로 전환한 뒤 앞으로 25년 동안 일반회계에서 2조원씩 빼내 원금을 갚기로 했다.
그런데 시장 상황이 좋아지면서 공자금 상환대책 수립 당시보다 더 많은 돈이 걷힐 것으로 예상되자 열린우리당에서 이의 사용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현재 공자금 상환대책에는 5년마다 재계산해 비율을 조정하되 일단 49조원을 갚고 오는 2027년에 잔여재산이 있으면 국고에 귀속하도록 돼 있다. 김석동 재경부 차관보는 15일 “공적자금 투입기업의 기업가치가 올라 2002년보다 회수여건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당의 지적에 따라 기획예산처와 협의해 검토할 예정이며 현재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말했다.
문제는 당에서 제기한 추가 회수금액이 아직 실현되지 않은 이익이라는 데 있다. 대우건설을 제외한 대우조선해양ㆍ대우인터내셔널 등의 매각은 구체화되지 않고 내년 중으로만 잡혀 있을 뿐이다. 만약 주식시장 하락세 등으로 매각 가격이 낮아질 경우 공적자금 상환 계획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공적자금을 제때 상환하지 않으면 원리금 부담이 그만큼 더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