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실버 문화 산업의 롤 모델 될 것"

1년반만에 관객 12만명 넘은 '실버영화관' 김은주 대표


"늘 모여서 극장을 찾는 할머니들 다섯 분이 계세요. 그분들이 그러더라고요. 영화관 나들이를 오는 덕에 요즘엔 거울도 보고 꾸미기도 하니 여자가 된 것 같다고.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제가 이 분들 삶에 보탬이 됐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끼죠." 서울 종로 탑골공원 옆에 위치한 낙원상가의 허리우드 극장. 예전 같으면 공원에 모여 있을 노인들의 발걸음이 하나둘씩 이 극장으로 향하고 있다. 55세 이상 장년층은 2,000원만 내면 추억의 영화 한 편을 볼 수 있는'실버영화관'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개관한 500석 규모의 이 작은 극장은 개관 1년 반 만에 관객 12만명을 돌파했다. 노인들 사이에서 '젊은 여사장'으로 불리는 이 영화관의 주인 김은주(36) 대표도 덕분에 눈코뜰 새 없이 바빠졌다. 24일 실버영화관 한 구석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인터뷰 동안 걸려오는 수십통의 전화를 받느라 쩔쩔맸다. 직원이 4명에 불과한 극장을 운영하기 위해 영화 수급부터 홍보까지 1인 다역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노인들을 위한 공간이 없다는 생각에 문 닫을 위기에 처했던 허리우드 극장을 인수해 실버영화관으로 개관했지요. 아직 자리를 잡아가는 시기라서 대표라는 직함에 상관없이 이리저리 뛰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실버영화관을 개관하면서 SK케미칼에서 1년에 1억 2,000만원씩 총 2억 4,000만원을, 유한킴벌리에서 5,000만원의 후원을 받았다. 올해는 서울시에서 실버영화관 운영비로 3억원을 지원받았고 얼마 전 노동부에서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돼 추가 인력을 들일 수 있게 됐다. "기업과 정부의 노인 복지에 대한 후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후원이 헛되지 않다는 것을 제가 보여주어야 노인 복지 산업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생각에 더 열심히 일하게 됩니다." 김 대표는 단순히 영화관 사업에만 안주하지 않고'실버 문화 복지 활성화'라는 더 큰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현재 김 대표의 부친이 대표로 있는 서대문 드림시네마(옛 화양극장)는 오는 10월 2일 노인의 날에 맞춰 노인 전문 공연장으로 재개관할 예정이며 앞으로'미쓰 김' 이라는 이름의 노인 전용 다방 체인 사업도 계획하고 있다. 실버 영화관에서 영화 티켓을 구매하면 극장 한 켠에 마련된 옛 DJ가 있는 다방에서 따뜻한 국화빵과 시원한 매실차를 맛볼 수 있다. 또 영화 티켓을 한 번 끊으면 그 날 다시 와서 영화를 관람하는 것도 가능하다."노인들이 편하게 모여서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만드는 게 목표"라는 김 대표는 "진짜 큰 꿈은 앞으로 실버 문화 복지 산업의 롤 모델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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