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만원이나 더 주고 BMW를 탈 가치가 있습니까.”
BMW 523모델 한대 가격은 6,520만원으로 배기량면에서 비슷한 급인 현대차의 그랜저TG 2.7 최고급 모델보다 3,000만원가량 비싸다. 그렇다고 BMW를 타는 사람에게 이 같은 질문을 한다면 어리석은 짓이다. 구입 자체가 이미 그 ‘가치’를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시장경제하에서 가격이란 많은 것을 내포한다. 그 중 하나가 브랜드 가치다. BMW는 변호사 등 성공한 고소득 전문직이 타는 차로 통한다고 한다. BMW를 사는 사람은 3,000만원으로 그 같은 이미지가 주는 ‘감성적 만족’을 사는 것이다.
주택도 마찬가지다. 요즘 우리나라 주택시장에서는 ‘브랜드 아파트’가 대세로, 이는 소비자들이 아파트를 고를 때도 감성적 만족을 고려하는 단계로 진입했다는 얘기다. 많게는 수억원이 더 비싼데도 강남의 I아파트나 분당의 P주상복합에 매수세가 몰리는 것은 비단 마감재 등의 차이 때문만은 아니다. 좋은 학군과 최상급 편의시설을 누릴 수 있는 지역의 최고급 브랜드 주택에 산다는 감성적 만족도 내포돼 있는 것이다. 넓게 보면 ‘강남’ 등의 지역 자체가 우리 주택시장에서는 일종의 브랜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가격이란 시장경제에서 진정한 조율자다. 감성적 만족을 정확히 돈으로 환산하기는 불가능하지만 특정 가격에 거래가 이뤄짐으로써 시장에서 감성적 만족에 대한 가치가 그만큼 인정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원가를 공개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분양가를 제한한다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은 일이다.
아파트 가격을 ‘택지비+건축비’만으로 책정하라는 것은 BMW사에 제조원가에 맞춰 차를 팔라는 것과 다름 아니다.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한 마케팅 비용은 원가 검증에서 ‘거품’이라는 낙인이 찍히고 제조사는 결국 소비자들의 감성적 만족을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을 배제할 게 뻔하다. 이는 시장경제 체제라는 새로부터 경쟁이라는 날개를 떼버리는 것과 같다.
정부와 여당이 분양가상한제 전면 시행과 함께 일정 지역에서 분양하는 민간아파트의 원가를 공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당정은 시장을 무시한 인기편승 정책이 가져올 ‘시장의 반란’을 정말로 고민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