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차이나 리포트] 집값, 兩會 안정화대책 없자 기다렸다는듯 다시 치솟아

■ '고삐 풀린' 부동산 가격 어디로…<br>보유세 신설등 촉구 불구 세제부문 전혀 손질 안해<br>'느슨한 통화정책' 재천명 "투기세력에 면죄부" 비판<br>20평정도 집 장만하려면 부부월급 8년치 모아야



중국 연중 최대 정치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 다음날인 지난 15일 베이징의 한 토지 경매장. 부동산 개발업자는 물론 중국 국영기업 관계자 등 수백명이 베이징시 정부가 팔겠다고 내놓은 따왕징 1호 구역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빼곡히 들어서있다. 이 구역은 평방미터당 2만7,529위안에 거래돼 베이징 토지 경매에서 최고 단가를 기록했다. 이날 열린 또 다른 토지경매에서 평방비터당 3만위안에 낙찰돼 6시간만에 최고가가 경신됐다. 중국 도시의 부동산값이 양회(兩會ㆍ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 또 다시 치솟고 있다. 중국 서민들은 올 양회가 그 어느 때보다 사회이익의 재분배, 복지시스템 확충 등 민생 개선에 초점이 맞춰줬었고 특히나 부동산가격 안정화가 최대 화두였던 터라 뭔가 구체적인 정부 대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었다. 원자바오 (溫家寶) 총리도 지난 5일 전인대 정부 업무보고에서 "반드시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고 천명했다. 양회 기간중에도 부동산 투기억제를 위한 각종 의견이 제시됐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이렇다 할 부동산 안정화 대책은 없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해 부동산 보유세 신설,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 등을 촉구했지만 세제에 대한 손질은 전혀 없었다. 되레 양회 기간중 일부 지도자들은 서민들의 마음을 달래주기는 커녕 분별없는 말을 쏟아내 빈축을 샀다. 중국 경제개발의 브레인 역할을 하고 있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의 장핑 주임(장관급)은"(중국 정부가 경기진작을 위해 지난해 초부터 쏟아부은) 4조위안의 경기부양자금중 단 한 푼도 부동산 투기에 쓰이지 않았다"고 말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또 어떤 정협 위원은 도시 부동산 가격이 비싸면 시골에 가서 살면 되지 않냐고 발언해 빈축을 샀다. 이번 전인대에서 정부가 경제 성장을 위해 느슨한 통화정책을 취하겠다고 재천명함으로써 부동산업자가 마음 놓고 땅을 매입하고 투기에 나설 수 있는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베이징에서 동쪽으로 200km 남짓 떨어진 항구 도시인 톈진의 경제개발구인 빈하이신구에서 공장 근로자로 일하고 있는 농민공인 왕판(26)씨는 자고나면 오르는 집값에 점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몇 년 전만해도 차곡차곡 월급을 모으면 언젠가는 내 집을 장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꿈을 접은 채 탄식만 하고 있다. 왕씨는 같이 일하는 애인 월급까지 합치면 한 달에 8,000원을 번다. 현재는 다른 커플과 함께 한국 기준으로 6평 남짓 되는 방 2개 달린 쪽방에서 살고있다. 지금 톈진의 평방미터당 가격은 1만2,000위안. 왕씨 커플의 소득을 감안할때 한국 기준으로 20평 정도 집을 살려면 월급을 한 푼도 안쓰고 99년을 모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 중국에는 왕씨처럼 농촌에서 올라와 도시 근로자로 일하고 있는 농민공이 1억3,0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이번 양회 기간중에 농민공을 포함한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천명했음에도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우선적 목표가 고속 경제성장 유지에 있고 이를 위해서는 경제성장의 가장 큰 원동력인 부동산 경기를 살려나가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부동산 가격 안정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토지를 독점 소유하고 있는 정부로서는 토지 경매에 따른 매각 대금이 전체 재정 수입의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부동산의 유혹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양회 기간중 량지양 정협 위원은 현재 부동산 거품의 근본 원인은 (정부의) 토지독점때문이며 재정의 토지판매 수입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동산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기때문에 부동산 가격 상승은 필연적이라고 보는 것은 진실을 호도하는 것이며 지방정부는 부동산 경기활황의 최대 수혜자라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전국토지 판매액은 1조5,000억위안을 넘었고 상당수 시정부의 토지 판매수입은 전체 재정의 절반을 넘을 정도로 기형적 재정 구조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가격 안정과 함께 이번 양회의 민생 양대 화두였던 후코우(戶口) 문제도 논의만 무성할 뿐 이렇다 할 대책이 나오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인구의 효율적 관리라는 명분으로 지난 58년부터 국민을 도시와 농촌 호적 등 2개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이 후코우 규정에 따라 농촌 출신 사람은 도시에서 수십년을 일해도 교육, 의료, 주택 등 각종 부문에서 도시민이 받는 혜택을 받지 못한다. 실제 도시에 사는 도시민이면서도 농촌 출신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있는 것이다. 안후이성 흐어페이 출신의 변호사 천하이(58)씨는 지난 2003년부터 일 때문에 베이징으로 와서 거주하고 있지만 베이징 후코우가 아니라는 이유로 주택 구매 등 여러 부분에서 불이익을 당해야 했다. 베이징시 정부는 서민들을 위해 저렴한 아파트를 공급하고 있지만 이는 베이징 후코우가 있어야만 신청 자격이 주어진다. 천씨는 이같은 차별 규정때문에 똑같은 크기의 아파트를 두배 가까운 가격에 구입해야 했다. 이번 양회를 앞두고 후코우 개혁을 촉구하는 13개 주요신문의 공동사설을 집필했다는 이유로 중국 경제주간지인 경제관찰보의 장훙 부총편집장은 해직 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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