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MK "비자금 모른다" 버티기' 예고?

책임 회피 의도…MK 발언 진의 '검찰과의 전면전' 변수

8일 새벽 귀국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의혹의 핵심인 비자금 문제와 김재록씨와 인연을 묻는 질문에 모두 부인하는 취지로답변해 향후 검찰의 소환 조사에서 순순히 협조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이 수사 성과를 봐가며 어느 수준까지는 범죄 혐의를 인정하되 중요 의혹에는 버티기로 나가거나 결정적인 순간에 타협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것이다. 정 회장은 이날 공항에서 `비자금 조성 사실을 보고받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모른다"고 짧게 답했고 `(금융브로커) 김재록씨를 아느냐'는 질문에도 "지나가다 악수나 할 정도인 것 같다"며 자신에게 쏟아졌던 의혹을 일단 부인했다. 비자금 조성은 해당 임원진이 도맡아서 한 일일 뿐, 자신은 전혀 모르는 일이며 김재록씨가 현대차 그룹의 로비에 관여했다 하더라도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얘기를함으로써 비리의 책임선을 밑으로 돌리려는 의도의 발언으로 보인다. 정 회장의 이 발언은 "글로비스 비자금 관리자와 집행자는 따로 있다"는 검찰의 설명과 다르고 정 회장이 상당한 애착을 갖고 있는 양재동 사옥과 관련한 인허가 문제에 김재록씨가 개입했다는 정황과도 차이가 있다. 따라서 검찰 주변에서는 정 회장의 발언을 두고 상반된 두 가지 해석이 나오고있다. 우선, 정 회장이 해외에서 검찰 수사 상황을 속속 보고받으면서 사내 법무팀이나 자문 변호사 그룹에 의뢰해 수사에 대비한 만반의 준비를 해놓았을 가능성이 있다. 검찰에 줄소환돼 조사받은 현대차 계열사 임직원들이 보고해오는 수사진행 상황을 통해 정 회장으로서도 검찰이 어느 정도까지 사실을 알고 있는지 파악했을 것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자신감을 갖고 비자금 문제를 부인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정 회장이 비자금 조성 문제나 편법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문건이 검찰에 압수되지 않았거나 외부에 유출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귀국이라는 `정면돌파' 카드를 꺼냈을 수 있다는 분석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다. 이런 추론이 맞는다면 정 회장은 검찰에 소환되더라도 비자금에 자신이 연루되지 않았다고 전면 부인할 것으로 보이고 그에 따라 검찰이 목표로 삼고 있는 비자금용처 수사도 난항을 겪게 되면서 검찰과 전면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관계자가 `(김재록씨와는) 지나가다 악수나 할 정도'라는 정 회장의 발언에 대해 "비자금은 비밀이니까 당연히 모른다고 할 테고…악수는 아무하고나 하겠느냐"고 되물은 점은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반대로 정 회장이 어차피 검찰 조사를 피할 수 없게 됐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귀국한 만큼 대외적으로 그룹 신인도를 지키고 그룹 총수로서 체면이 깎이지 않으려고범죄 혐의와 관련된 부분은 일단 부인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럴 경우 "검찰 조사에 언제든 응하겠다.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정 회장의 발언과 "국민기업으로서 현대차그룹의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보도자료는 국민적 분노를 달래면서 검찰 수사에도 가급적 협조하겠다는 의미를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평가된다. 어차피 현대차 그룹 총수 일가에서 누군가는 사법처리될 것을 각오하고 있다면 수사는 검찰에 맡기는 수밖에 없지만, 그룹 경영 문제 등을 감안해 총수는 사법처리선상에서 제외해주길 바라는 일종의 암묵적 신호를 보낸 의미도 있다. 정 회장이 이처럼 대외적으로는 체면을 지키되 검찰 조사를 받을 때는 적절한선에서 타협함으로써 실리와 명분을 챙기겠다는 전략을 선택했다면 비자금의 용처를찾기 위한 검찰 수사는 정 회장 소환 시점부터 급진전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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