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미디어렙, 1공영·1민영 체제로


방송광고판매대행사인 미디어렙 제도에 대한 갑론을박이 2년 넘게 지속되고 있고 오는 6월 임시 국회를 앞둔 지금도 여전히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장에서 자생력이 약한 중소방송사들은 일정 부분 공적인 보호막을 원하는 반면, 시장 지배력이 큰 일부 대형방송사는 독자적인 미디어렙을 통해 수익의 극대화를 꾀하려 한다. 미디어렙 갈등 구도의 핵심은 공영방송인 MBC를 공영렙에 포함시킬지, 민영렙으로 풀어줄지의 문제다. 여기에 최근에는 종편 문제까지 겹쳐 미디어렙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힌 형국이다. 그러나 지난 2008년 11월 말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지상파방송의 독점 해소란 대전제를 감안하면 미디어렙 문제가 그리 복잡할 것도 없다. 지상파 독점 해소에 집중해야 이해관계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면 차선을 찾아야 한다. 세상이치상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일도양단의 논리보다 점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미디어산업은 산업 생태계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고 그에 맞춰 늦지도 빠르지도 않은 적정 속도와 수위의 규제 모델 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디어정책에서 정책 실패의 책임은 결국 미디어사업자가 떠안게 돼 있고 이는 궁극적으로 양질의 콘텐츠 생산을 저해하게 돼 수용자인 국민에게 그 폐해가 그대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규제는 풀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재규제를 통해 시장에 엎질러진 탈규제의 물을 주워 담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미디어분야에서 최대 핫이슈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종편채널 과다 선정 논란이 '특혜'를 넘어 '재앙'이라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이를 재규제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물론 허가 취소와 같이 면허 갱신 개념으로 접근 가능하지만 거대 언론사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미디어렙도 마찬가지다. 꼼꼼히 읽어보면 헌재판결의 취지문은 방송의 공공성과 영업의 위탁강제 부분은 현행 미디어렙 제도의 긍정적 기능으로 보고 있으며, 다만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한 부분에 대해 신규 진입을 허가하라는 내용이다. 따라서 우선 첫 단추는 '1공영 1민영', 즉 공영방송 MBC는 공영이라는 정체성에 걸맞게 순리대로 KBS와 함께 공영렙에 영업대행을 맡기고 SBS만 푸는 게 옳다. 이것이 정책적 난맥을 푸는 첫 열쇠고 순리다. '1사 1렙' 형태와 같은 급격한 정책 변화는 시장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1공영 1민영' 형태가 새로운 제도의 연착륙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지상파방송은 영업부분에 일정한 공적 안전망을 도입한 지금도 막장 드라마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는 궁극적으로 시청률 과잉경쟁이 좀 더 자극적인 프로그램을 양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막장으로 치닫는 드라마는 곧 청소년을 포함한 국민의 정서에 치명적 해악을 가져오기 때문에 공적 규제의 틀을 지키는 것은 미디어렙 제도의 공(功)으로 인정해야 할 것이다. 연착륙·균형 발전 동시 도모를 시장의 활력에 일정부분 제약이 된 점과 독점으로 인해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 과(過)가 있다면 적정 수위의 정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때 지상파의 독과점을 더욱 공고히 하고 빅3(KBSㆍMBCㆍSBS)의 시청률 과잉경쟁에 불을 붙이는 제도를 택할 것인지, 아니면 시장의 연착륙과 미디어산업의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제도를 택할 것인지 숙고해야 한다. 이때 정책담당자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이것이 절대선이고 이것이 진리의 길"이라고 외치는 사이비 현자(賢者)의 외침이다. 사회과학에서 절대선(絶對善)은 위험한 발상이다. 지금 관가 곳곳에서 들리는 힘의 논리를 앞세운 사이비 현자들의 외침이 걱정스러운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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