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차이나 리포트] "위안화 금융상품 사자" 글로벌자금 홍콩으로…홍콩으로…

中 위안화 국제화 정책따라 20억달러 규모 국채 입찰에<br>14배 넘는 자금 대거 몰려 회사채발행·IPO시장도 후끈<br>HSBC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 "시장 선점" 딜러확충등 잰걸음




홍콩에 위안화 투자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기관투자가와 개인투자자 가릴 것 없이 위안화 국채와 위안화 회사채 등 위안화 금융상품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 정부가 위안화 국제화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홍콩을 역외 위안화 거래의 전진기지이자 국제 거래 활성화의 교두보로 삼으면서 블랙홀처럼 홍콩으로 글로벌 자금이 물밀듯 들어오고 있다. 이에 따라 HSBCㆍ 도이치뱅크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위안화 외환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싱가포르 외환거래센터 운영규모를 축소하고 홍콩의 외환딜러 확충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지난달 30일 중국 재정부가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실시한 50억 달러 규모의 위안화 국채 입찰에 구름 떼처럼 금융회사들이 몰려들었다. 특히 이날 20억 달러 규모의 3년 만기 위안화 국채에는 모집 금액의 14배가 넘는 290억 위안의 자금이 신청돼 위안화 상품에 목말라하는 기관투자가의 열기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이날 3년 만기 위안화 국채 낙찰 금리는 1%에 그쳤다. 지난해 9월 중국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홍콩에서 3년 만기 위안화 국채 발행에 나섰을 때 금리가 2.7%였던 것을 감안하면 투자가들이 점점 더 위안화 금융상품에 관심을 갖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입찰 금리 하락은 국채 가격이 그만큼 올라가고 있다는 것으로 투자가들이 비싼 가격이라도 국채를 사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날 함께 발행된 20억 달러 규모 5년 만기 국채는 1.8%, 10억 달러 규모 10년 만기 국채는 2.48%에 낙찰됐다. 중국 정부는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한 50억 달러의 위안화 표시 국채와는 별개로 개인투자가를 상대로 조만간 30억 달러 규모의 국채 발행에 나설 예정이다. 중국의 리용(李勇) 재정부 부부장은 "중국 정부는 내년부터 시작되는 12차 5개년 계획에 따라 홍콩의 국제금융센터로서의 지위와 위상을 더욱 확고히 해나갈 것이다"며 "이번 홍콩에서의 위안화 표시 국채 발행도 이 같은 계획의 일환이다"고 말했다. 위안화 상품 인기는 국채뿐만이 아니다. 위안화 표시 회사채 인기도 갈수록 더하고 있다. 최근 홍콩에서 발행된 중국 교통은행 회사채에는 모집금액의 10배 가량의 자금이 몰렸다. 교통은행의 장웨이중 재무 파트장은 "일부 기관투자가들은 3년이나 5년 만기 회사채에 0.5%라는 금리를 써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최근 몇 달 사이 미국의 프랜차이즈업체인 맥도널드와 중장비업체인 캐터필라도 각각 2억 달러와 10억 달러의 위안화 표시 채권을 발행했다. 홍콩에 이같이 위안화 투자열풍이 불기 시작한 것은 지난 7월 중국 정부가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 홍콩에 위안화 표시 금융상품 판매를 허용하면서부터다. 이때부터 1,490억 위안에 이르는 홍콩 위안화 예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금융회사의 쟁탈전이 본격화했다. 단순한 예금상품부터 이자율 스왑이 포함된 복잡한 위안화 금융상품에 이르기까지 금융회사들이 위안화 표시 금융상품을 앞다투어 개발하고 판매하는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스탠다드 차터드 은행의 동북아시아 담당 투자 책임자인 선디프 반다리씨는 "위안화 금융상품에 대한 수요가 엄청나다"고 말했다. 위안화 시장 확대에 따라 은행들이 홍콩의 외환 트레이더 확충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스페인계 홍콩 소재 은행인 BBVA는 향후 2년 내에 외환 트레이더를 포함한 자본시장 부문 인력을 2배 늘린 150명 가량 확충할 계획이다. 스탠다드 차터드ㆍ도이치뱅크ㆍ HSBC 등도 점점 커지는 역외 위안화 시장을 잡기 위해 외환 트레이딩 부문 인력을 대폭 보강하고 있다. 최근 홍콩 현지언론인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중국정부의 위안화 국제화 노력에 따라 홍콩의 역외 위안화 시장이 커지면서 싱가포르가 우위를 점하던 외환시장의 중심축이 홍콩으로 넘어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부자 고객을 상대로 한 프라이빗 뱅킹 산업도 주로 싱가포르에 근거지를 뒀으나 최근에 홍콩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바클레이스 웰스, 줄리어스 바, 뱅크 사라신 등 프라이빗 뱅킹 회사들이 최근 홍콩에 지점을 설립하고 부자 고객을 상대로 위안화 관련 금융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줄리어스 바의 투자부문 책임자인 케네스 호씨는 "위안화 금융상품은 우리 고객들이 매우 관심을 가지는 상품이다"며 "고객의 요구에 부응해 새로운 위안화 관련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고 말했다. 홍콩은 위안화 국제화의 전진 기지로서 각광을 받고 있을 뿐 아니라 중국 본토 기업의 홍콩 증시 상장이 잇달아 기업공개(IPO) 시장도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올 들어 10월말까지 홍콩 증시에 상장된 IPO 액수는 이미 486억 달러로 이전 최고치였던 지난 2006년의 410억 달러를 초과했다. 홍콩 IPO 시장을 이끌고 있는 것은 거대 중국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중국 본토 기업들이다. 올 들어 중국 국영은행인 농업은행이 홍콩증시에 120억 달러 규모의 기업공개를 한데 이어 충칭 농상은행이 오는 16일 중국 지방은행으로는 처음으로 홍콩증시에 상장해 15억5,000만 달러의 자금을 모집할 계획이다. 중국의 풍력업체인 화능재생 에너지도 10일 12억8,000만 달러 규모의 기업공개에 나설 예정이다. 중국 본토기업에 이같이 투자자가 몰리고 있는 것은 중국경제의 고속성장에 따라 거대 중국시장에서 영업활동을 하는 기업들의 성장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 금융시장이 중국 정부의 위안화 국제화 정책과 중국경제의 고속성장이라는 쌍두 마차에 힘입어 활황기를 맞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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