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7월14일] 은(銀) 구매법 & 공황

미국 경제가 파산 위기로 내몰렸다. 1890년 7월14일 제정된 ‘셔먼 은(銀) 구매법(Sherman Silver Purchase Act)’ 때문이다. 골자는 국가의 연 5,000만달러어치 은 매입. 은 생산지 출신 의원들이 주도한 이 법에 광산업자는 물론 농부들도 갈채를 보냈다. 은 구매자금 방출로 통화량이 늘고 농산물 가격도 오를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결과는 완전 딴판. 당장 재정이 흔들렸다. 은을 구매하다 재무부의 지불여력인 금 준비금이 크게 떨어졌다. 마침 은 국제가격이 폭락한 반면 영국 베어링브러더스 금융위기로 금값이 크게 올라 미국은 이중으로 손해를 안았다. 은 구입은 1983년부터 중단됐지만 지불여력인 금 보유액은 4분의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실물경제는 더욱 나빴다. 간판기업격이던 철도회사들이 연쇄 도산하고 500여 은행과 1만5,000여 기업이 문을 닫았다. 실업률도 두자릿수로 치달았다. 단기금리는 한때 연 125%까지 치솟았다. 1930년대 대공황 이전까지 최악이었다는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게 만든 것은 두 가지, 모건상회와 자연의 혜택이다. 모건상회는 국제적 네트워크를 동원, 미국으로 금을 끌어모았다. 로스차일드 등 국제자본이 미 재무부채권을 사준 것도 미국 정부보다 모건을 믿었기 때문. 최저 지불준비금을 회복한 미국은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 금본위제도를 정착시키고 중앙은행 제도를 도입했다. 운도 좋았다. 냉해로 세계적 흉작인 상황에서도 유독 미국만 풍작을 거뒀다. 밀 등 농산물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올라 미국 경제는 시름을 덜었다. ‘농업은 경제의 보루’라는 인식도 더욱 굳어졌다. 미국이 우리에게 농업 부문에 대한 양보를 강요하는 것도 이런 내력이 쌓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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