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교역조건 악화로 실속없는 성장

지난해 우리 경제는 5.0% 성장을 이루었다.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 능력을 감안할 때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긴 하다. 하지만 원화가치 상승과 고유가 등 대내외 여건이 좋지 않았음에도 이만큼 성장을 이뤘다는 것은 일단 평가할 만하다. 5.0% 성장에는 꾸준히 늘어난 수출과 2년째 상승세를 유지한 민간소비의 힘이 컸다. 특히 지난 4ㆍ4분기의 전분기 대비 성장률이 0.9%로 1월 초 예상했던 것보다 높게 나타나 고무적이다. 원고(高) 덕분이기는 하지만 1인당 국민소득도 전년보다 12% 증가한 1만8,372달러에 달했다. 문제는 외형도 그렇지만 내실이 더욱 부실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물가 등을 감안한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겨우 2.3% 증가하는 데 그쳤다. GDP 성장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 수출 가격 하락, 여전히 높은 부품과 소재의 대외의존 등으로 교역조건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교역조건 변화로 지난해 입은 무역손실은 68조원이었다. 1년 전의 46조원보다 무려 22조원이나 늘었다. 그 규모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아시아 경쟁국 가운데 한국만 유일하게 경상수지 흑자가 줄고 있다. 그만큼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투자부진으로 인한 미래 성장동력 확충도 미흡하다. 이는 올 1ㆍ4분기 기업들의 수익률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더구나 수년째 호황가도를 달리던 세계 경제마저 올해는 둔화될 전망이다. 대외여건도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영국의 파이낸션타임스(FT)는 “한국은 몽유병에 걸려 있고 수출 챔피언이 길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비용’의 중국과 ‘첨단기술’의 일본 사이에 낀 샌드위치 형국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중국은 만들지 못하고 일본은 가격 경쟁력에서 이길 수 있는 특화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무엇보다 기업들의 분발이 요구된다. 기술개발 강화는 물론 부품ㆍ소재산업에 대한 투자 확대 등 경쟁력 제고를 위한 노력을 더욱 더 기울여야 한다. 정부의 정책적 노력도 한층 강화돼야 한다. 투자와 소비 등 경제 파급효과가 큰 대기업에 대한 규제의 족쇄를 과감히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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