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단독] 은행 '돈줄' 조인다

내년 대출 안 늘리고 기업 만기여신도 회수… 자산경쟁 접고 숨고르기

경영전략 궤도 전면수정



올해 빠른 속도로 자산을 불린 국내 은행들이 내년에는 경영계획을 180도 틀어 본격적인 숨 고르기에 돌입한다. 자산증가 속도를 크게 낮추거나 일부는 축소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기업과 가계의 '돈줄'인 은행이 움츠러든다는 것은 불황을 감지한다는 의미다. 은행들은 또 갈수록 강화되는 자본규제 및 국제회계기준을 감안할 때 현재 수준의 수익성으로 자산을 빠르게 늘리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예년보다 많게는 두 배 이상 자산 증가폭을 키운 은행들이 최대한 보수적인 방향으로 내년 경영계획을 짜고 있다. 수익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하고라도 대출자산을 축소하겠다는 의미다. 한 대형은행의 전략 담당 부행장은 "내년에는 각 은행이 성장에 대한 집착을 버릴 것"이라며 "가계대출의 주요 창구인 부동산 시장이 이미 꼭짓점을 찍은데다 기업부실 리스크와 강화되는 자본규제 이슈까지 도사리고 있어 자산을 빠르게 늘릴 수 없다"고 말했다.

올해 국내 은행들은 부동산 경기 호황 등에 힘입어 자산(신탁자산 제외)을 크게 늘렸다. 지난해 연간 12조4,000억원의 자산을 늘린 우리은행은 올 3·4분기 말까지 자산 증가폭이 24조9,000억원으로 이미 두 배를 넘어섰다. 지난해 15조8,000억원가량 자산을 불렸던 신한은행도 올 3·4분기 말까지 21조1,000억원이 증가했다. 국민은행의 경우 올해 자산 증가폭이 11조3,800억원으로 적정 규모의 성장처럼 보이나 안심전환대출 등으로 유동화한 대출자산 8조5,000억원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다. 경기침체가 계속된 올해 은행들이 이렇게 대출자산을 늘릴 수 있었던 것은 부동산 시장의 나 홀로 호황 덕분이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이미 수개월 전 정점에 도달한데다 내년에 예상치 못한 충당금 쇼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은행 내부의 판단이다. 게다가 내년부터는 강화되는 바젤Ⅲ 자본규제에 본격 대비해야 한다는 점도 은행들을 움츠러들게 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을 적극적으로 늘리지 않는 것은 물론 만기가 돌아오는 기업 여신도 상당수 회수에 나설 방침"이라고 전했다. /윤홍우·양철민기자 seoulbird@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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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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