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책 도둑도 도둑이 되는 시대


우리 속담에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어찌 보면 우리 사회에서 저작권 침해를 관대하게 생각하는 풍조를 낳은 대표적인 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갈수록 저작권 침해가 끊이지 않는데다 사회 문제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제는 자라나는 우리 청소년들이 저작권 범죄자로 내몰려지는 심각한 실정에 이르게 됐다. 대도시 일선 경찰서에 한 달 평균 300~500건, 많게는 1,000건에 이르는 저작권 침해 고소 사건이 접수되고 있고 고소 대상의 70% 정도가 학생들이라고 한다. 또 얼마 전에는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고소를 당한 고등학생이 어느 법무법인의 권리 행사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이미 예고된 일인지도 모른다. 지난 2006년 11월 문화관광부가 (주)한국리서치를 통해 인터넷을 사용하는 전국의 15~39세 남녀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자의 60% 정도가 P2P 파일공유사이트에서 콘텐츠를 다운로드 받으며 이 중 75%가 학생인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이런 P2P 공유프로그램을 통해 다운로드 받는 것이 저작권 침해가 된다는 사실이다. 청소년들의 저작권 침해 현상에 대한 대책이 소홀히 취급되고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이다. 이러한 일련의 현실은 청소년들에 대한 저작권 교육이 시급하고 중요함을 일깨워준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최근 문광부와 저작권위원회가 저작권연구학교와 체험학교를 비롯해 온ㆍ오프라인을 통해 청소년들에 대한 저작권 교육을 실시하고는 있지만 아직 그 질적ㆍ양적인 면에서 크게 부족하다. 이제는 청소년들에 대해 저작권 교육이 입체적ㆍ다각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체제가 돼야 한다. 그 중에서도 초ㆍ중등 정규 교과 내용에 저작권 내용을 싣는 것이 파급 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본다. 일본에서는 이미 저작권 내용을 초ㆍ중등 정규 교과 내용에 반영해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교육인적자원부가 2005년부터 제7차 교육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개정활동을 시작, 교과서 개발에 착수했다고 하니 저작권 내용이 포함되기를 기대해본다. 또 청소년들에 대한 저작권 교육은 학교에만 맡겨 둬서는 안 될 것이다. 청소년들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저작권을 침해하는 현장은 학교가 아니라 주로 가정이기 때문이다. 청소년과 더불어 학부모들에 대한 저작권 교육도 병행돼야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는 저작권 교육이 실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청소년들에 대한 저작권 교육의 요체는 예방책이다. 청소년들이 저작권 범죄자로 양산되는 것을 막으려면 저작권 교육만으로는 완전히 해결될 수 없다. 저작권 교육을 받지 못하고 받을 수 없는 환경에 있는 청소년들이 한두 번은 저작권을 침해하는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는 인식과 아량이 필요하다. 따라서 비영리 목적의 초범이거나 과실로 인해 경미한 침해를 한 청소년들은 일정 시간의 저작권 교육을 이수하면 기소를 유예하는 등 선처할 수 있는 제도를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청소년들에게 저작권 교육도 시키고 잘못을 스스로 인정해 바르게 성장하고 배우도록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하겠다. 청소년을 저작권 침해사범으로 몰아가는 것은 국가가 사회적 책무를 회피하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청소년들에게 ‘책 도둑은 도둑이 되는 시대’라고 가르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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