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 소수 지휘자 탐욕이 클래식 위기 불러

■ 거장신화

노먼 레브레히트 지음, 펜타그램 펴냄


'우리는 제트족 지휘자의 시대에 살고 있다. 한몫 챙길 생각으로 제트기를 타고 밤새도록 날아다니면서 각기 다른 나라에 있는 오케스트라나 오페라하우스에서 일을 하고 그 중 어떤 곳과도 1년에 30회 이상의 연주를 하지 않는 인물들의 시대가 온 것이다.'


'20세기 거장으로 불리며 화려한 시대를 살았던 카라얀 등 소수의 지휘자가 손가락 끝으로 다양한 세금과 정치적 구조를 조정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19세기 지휘자의 역사를 연 니키슈(1855~1922)같은 지휘자는 음악적 연주를 만들어내는 능력밖에 없는 네안데르탈인처럼 보일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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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몸으로 '음악'이란 배를 지휘하는 위대한 존재. 마에스트로(거장)라 불리는 화려한 지휘자들의 속살을 거침없이 파헤쳤다.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음악평론가이자 소설가인 노먼 레브레히트가 1991년 영국에서 펴낸 원작의 번역본으로, 120년에 걸친 지휘계의 탄생과 성장, 쇠락의 과정을 통해 오늘날 클래식 음악의 위기를 진단했다.

책은 작곡가 궁전의 하인이었던 지휘자가 어떻게 음악의 운명을 좌우하는 주인으로 신분상승을 이뤘는지, 더 나아가 어떻게 음악계의 최고 권력자가 되어 '마에스트로' 이미지를 만들어 냈는지 추적한다. 저자는 지휘자에 대한 숭배의 배경을 20세기 급성장한 거대 음악 산업에서 찾는다. 이 시기 카라얀으로 대표되는 지휘자들의 권력욕, 우상을 바라는 대중의 심리가 만나 '제트족 지휘자'라 불리는 소수의 스타 지휘자들을 양산했다는 것. 소수 권력이 신인 지휘자의 등장을 원천 봉쇄하면서 연주의 질이 천박해졌고, 이것이 클래식의 위기를 초래했다고 지적한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인 지휘자 정명훈에 대한 언급도 있다. 저자는 1950년 이후에 태어난 지휘자 중 지휘계의 미래를 이끌 다섯 명을 소개하며, 그중 한 사람으로 정명훈을 꼽았다. 2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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