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다시 열린 코스피2000시대] <3·끝> 업그레이드 한국증시



간접투자상품 유인 확대 등 통해 안정된 주식 매수 기반 확충 필요 지난달 11일 장 종료 10분을 앞두고 한 외국계 증권사 창구를 통해 1조8,000억원 가량의 차익 거래 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왔다. 당시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이 같은 거래에 보합권을 맴돌던 코스피 지수는 순식간에 3% 가까이 급락했다. ‘옵션 쇼크’라 불리는 이날의 사태는 국내 증시의 주식 매수기반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대형 자산운용사의 한 파생상품운용본부장은 “차익거래 시장에서 올해부터 부쩍 영향력이 커져버린 외국인들이 시장에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보여준 것”이라며 “차익거래 시장을 넘어 국내 시장 전체로 봐도 외국인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어서 이런 부분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스피지수 2,000시대가 다시 열리면서 국내 증시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주식 시장은 1998년 위환 위기를 거치면서 국가 기간 산업을 제외한 나머지 국내 기업들에 대해 외국인 지분 보유 한도 제한을 없앴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커지고 있다. 코스콤에 따르면 15일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보유액은 366조7,300억원으로 전체 시가총액(1,121조9,948억원) 가운데 32.69%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외국인들이 ‘바이 코리아‘를 재개하면서 불과 2년여 만에 외국인들의 보유 비중은 4% 넘게 늘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 비중 증가는 ‘양날의 칼’과 같다고 지적하고 있다. 외국인 자금은 국내 증시의 유동성을 늘려주는 긍정적인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11ㆍ11 옵션 쇼크처럼 한 순간에 증시를 휘청거리게 하는 악재로도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07년 당시에는 펀드 열풍에 기반해 투신권 등 기관들의 주머니 사정이 넉넉했던 반면 현재는 펀드 환매로 오직 외국인에 의존하는 장세가 계속되고 있어 증시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철배 금융투자협회 집합투자서비스본부장은 “올해의 증시 2,000포인트 돌파는 전적으로 외국인 매수에 의해 가능했는데, 이들이 우리 시장을 부정적으로 보고 주식을 내다 팔기 시작하면 시장은 충격을 받을 수 있다”면서 “지난 2007년과 달리 이를 받아줄 한 세력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외국인들의 ‘바이코리아’를 막을 수는 없는 일. 결국 외국인에 맞설 수 있는 세력을 키워내는 게 무엇보다 시급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퇴직연금의 활성화나 간접투자상품에 대한 투자 유인을 확대해 증시의 기반을 확충해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 자산관리 시장이 부유층 등 일부 계층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투자 계층을 아우를 수 있도록 다양한 자산관리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필요도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펀드 상품을 대신해 랩어카운트 시장이 확대되고는 있지만 종합 자산관리 상품이라기 보다는 고수익을 추구하는 부유층의 머니 게임 수단에 그치고 있어서 투자저변을 넓히는데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금융업계에서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랩어카운트, 신탁 등 다양한 자산관리 상품을 내놓고는 있지만 이들 상품의 서비스 수준이 높지 않고 상품간의 연계성도 약하다는 문제가 있다”면서 “다양한 투자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맞춤형 자산관리수단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시장의 진정한 ‘업그레이드’를 위해선 다른 무엇보다 국내 증권업계의 선진화가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일부 증권사를 중심으로 자산관리 등을 강화하고는 있지만 브로커리지(주식 위탁매매)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도 압도적으로 높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에서 브로커리지에 의한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48.4%로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반면 투자은행(IB) 부문과 자산관리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7.7%, 1.5%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노령 사회가 진행되면서 증권업계의 비즈니스도 자산관리 파트 등을 강화하거나 IB 부문에서 추가 수익을 얻는 노력들이 필요한데 대부분의 국내 증권사들은 단기 성과를 내는 데 급급하는 경향이 높다”면서 “국내 시장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선 증권업계에서 자산관리나 IB, 자기자본투자(PI) 부문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우수한 해외 기업을 적극 유치하기 위한 제도 개선도 시급하다. 신홍희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장총괄팀 부장은 “세계적 기업의 2차 상장을 유도하거나 유망한 신흥국 기업을 유치하기 이해선 각 국가별로 다를 수 밖에 없는 제도적ㆍ법률적 차이들을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며 “외국계 기업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문제 등을 개선하기 위한 보완책도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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