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 세상] "천하를 얻으려면 뻔뻔·음흉해져라"

■ 후흑학 (신동준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유방은 항우가 부친을 인질로 잡아 삶아 죽이겠다고 협박하자 태연하게 그 국 한 사발을 나누어 달라며 항우를 비웃었고, 초나라 병사에게 쫓길 때는 수레가 무거워 달아나기 힘들어지자 수레의 무게를 덜기 위해 자식들을 세 번이나 발로 차 마차에서 밀어냈다고 전해진다. 월왕 구천과 오왕 부차, 유방과 항우, 조조와 유비, 손권과 사마의, 장개석과 모택동 등 오월동주부터 신중국의 개막에 이르기까지 중국 대륙을 누비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영웅 호걸들이 보여준 면모는 뻔뻔하면서도 음흉한, 사람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고전연구가이자 평론가인 저자는 기존의 처세술과는 다소 상반된 실리적 처세술인 '후흑론'을 주제로 중국의 고전부터 현대사까지 살핀다. 청조 말 이종오가 저술한 '후흑학'에 나오는 '후흑(厚黑)'이란 용어는 '면후(面厚)'와 '심흑(心黑)', 즉 얼굴은 두껍고 속은 시커멓다는 뜻이다.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후흑을 뻔뻔함과 음흉함을 바탕으로 한 처세술 정도로 오해하고 있는데 사실 '후흑학'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후흑구국(厚黑救國)'으로 부강한 나라를 만들고 열강의 침탈로부터 나라의 독립과 자존을 쟁취하자는 게 근본 취지"라고 설명한다. 성악설에 바탕을 둔 '후흑학'은 '실리를 위해 도덕을 폐하라'는 파격적인 메시지로 대륙 전역에 화제를 모았으며 현대 중국인의 국민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학문으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지난 해 여름 당시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당직자 인선을 놓고 당내 갈등을 겪던 중 "나에겐 맞지 않지만 여름 휴가 기간 중에 후흑론을 집중 공부하겠다"고 밝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리고 정확히 1년이 지나 홍 최고위원은 당 대표로 선출돼 당내 1인자로 우뚝 섰다. 그가 후흑론을 얼마나 활용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군자의 높은 기개와 덕(德)만으로 천하를 품을 수는 없다는 점을 체득했을 수 있다. 저자는 "불리한 문제는 쉽게 인정하지 않고 거짓말을 가볍게 생각하며 사과하는 법이 없는 중국인의 국민성을 비난할 때 가장 먼저 거론하는 학문이 '후흑학'이지만 오히려 이러한 처세술은 파란만장한 역사의 굴곡을 헤쳐나오기 위해 스스로 체득한 생존술이며 오늘날 중국을 세계 2대 강국으로 올린 원동력 중 하나임을 부인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원전이 강조하는 메시지를 21세기에 맞게 재정비해 글로벌 전쟁터에 뛰어든 기업의 총수, 간부, 상사와 부하직원들이 지켜야 할 9가지 처세술을 소개한다. 예컨대 난세의 군주는 자신의 속마음을 내보여서는 안 되고, 난세의 신하는 군주를 설득하기 위해서라도 먼저 군주의 속마음을 정확히 헤아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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