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정책

[한국의 新人脈] <5부> 금융시장을 움직이는 사람들-금융감독원

금융권에서 ‘○○출신’이 인맥을 형성해 하나의 힘으로 작용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대우증권이나 옛 동원증권 출신들이 여기저기서 굵직한 일을 해내고 있다. 기획재정부나 금융위원회 고위 공무원들도 현직에서 쌓은 전문지식과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활약한다. 금융감독원 출신들 역시 퇴직 이후 각계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며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금감원 인력의 주요 임무가 검사와 감독, 조사 등에 집중되다 보니 이들이 제2의 삶을 펼치는 곳은 주로 각 기업의 ‘감사’자리다. 기업에서 감사는 회사 내부의 자금집행이나 임직원들의 업무를 감독하는 ‘내부파수꾼’ 역할을 한다. 금감원 출신에게는 전문성과 경험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마춤자리다. 최근에는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로 맹활약하거나 로펌 등에서 전문지식을 활용해 활동하는 금감원 출신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각계에서 나름대로 ‘금감원 출신’이라는 인맥을 형성해 나가는 모습이다. ◇금융계 곳곳에 CEO로 포진=금융권에서 금감원 출신 최고경영자(CEO)로 자주 언급되는 사례는 유흥수 LIG투자증권 사장이다. 금감원 부원장보 출신인 유 사장은 지난해 8월 LIG투자증권의 초대 사장에 올랐다. 증권관련 업무에 정통한 유 사장은 LIG손해보험에서 감사로 일하다가 회사가 증권업에 새로 진출하면서 CEO로 발탁됐다. 은행감독국장 출신인 이종호 KT캐피탈 사장은 KT의 BC카드 인수전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 사장은 LG카드 기획관리부문 부사장과 대표이사(2007년)를 거치면서 회사를 정상화시켜 매각하는데 기여한 뒤 지난해 3월부터 KT캐피탈에서 활약하고 있다. 김영재 전 부원장보는 솔로몬상호저축은행 회장을 거쳐 칸서스자산운용 회장을 맡고 있으며, 심의영 KIS정보통신 사장과 박창섭 SC제일펀드서비스 대표도 금감원 출신의 실력있는 최고경영자로 꼽힌다. 장태종 신협중앙회장은 2004년 신협중앙회 검사감독 이사로 부임한 뒤 올해 2월 제30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저축은행업계에서는 이용찬 저축은행중앙회 부회장과 이길영 현대스위스4저축은행장, 김동수 부산HK저축은행장이 금감원 인맥이다. ◇전문성 살려 로펌행 잇달아=최근엔 금감원 실무 전문가들의 로펌행도 줄을 잇고 있다. 로펌업계에서 금감원 인맥을 쌓아가고 있는 셈이다. 지난 8월 전광수 전 소비자서비스국장과 장범진 전 금융투자서비스국 총괄팀장이김앤장의 제의를 받고 금감원을 떠났다. 지난 6월에는 김영삼 자본시장조사1국 특별조사팀장이 법무법인 태평양을 자리를 옮겼고, 앞서 4월에는 홍성화 자본시장조사2국장이 법무법인 세종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금감원 출신의 로펌 인맥은 지난 2006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금융팀을 꾸리던 김앤장은 김순배 전 금감원 신용감독국장을 영입했으며, 전승근 총괄조정국 수석조사역, 김금수 은행검사1국 수석조사역, 허민식 조사1국 수석조사역 등 핵심 실무진들이 나란히 사표를 내고 김앤장 금융팀에 합류했다. 이밖에 김앤장에 둥지를 튼 금감원 OB로는 김대평 전 은행ㆍ비은행담당 부원장과 보험 전문가인 유관우 전 부원장보, 백재흠 전 은행검사1국장 등이 꼽힌다. 로펌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 출신의 로펌 러시에 대해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이후 파생상품 등 소송내용이 복잡해진 데다 검사자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자 로펌이 실무경험과 네트워크를 갖춘 전문가들을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직원들 입장에서도 퇴직 후 재취업이 예전처럼 쉽지 않은 상황에서 현직 연봉의 2배 이상을 제공하는 로펌의 콜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금융회사 감사는 금감원 출신’=금감원이 전문성을 살려 각계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여전히 절대 다수는 금융권을 중심으로 한 기업체의 감사로 포진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주요 증권사 기업보고서를 통해 금감원 출신 감사 현황을 조사해 본 결과, 주요 28개 증권사 중 23개 증권사의 감사에 금감원 출신들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형 증권사로는 삼성증권, 현대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의 감사가 금감원 국장과 팀장을 지냈다. 은행권에서는 신한은행ㆍ하나은행ㆍ국민은행의 감사에 금감원 부원장보와 국장 출신들이 배치돼 있었다. 보험권에서도 삼성화재ㆍ현대해상ㆍLIG손해보험ㆍ메리츠화재ㆍ한화손해보험ㆍ동양생명보험 등에 금감원의 인맥이 흐르고 있었다. 대형 금융기관의 감사로는 금감원 출신 외에 감사원이나 국세청, 한국은행과 기업가 출신들이 나머지를 구성하고 있지만 금감원의 비중에 비해 작은 부분을 차지했다. 금감원 출신들의 기업 감사 취업에 대해 좋은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퇴직직원이 금감원 내부 의사 결정에 영향을 주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실제 비리 의혹이 있는 기업들이 금감원으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감원 직원들이 재직시절 쌓아온 금융실무 지식과 리스크(위험)관리 및 내부통제 능력을 기업에 활용하는 것도 국가적 인적 자원활용이라는 틀에서 긍정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미국과 영국, 일본 등도 퇴직 공직자의 재취업에 긍정적 입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 출신 감사 재직회사를 중점 감찰하고 있다”며 “퇴직 전 3년 이내에 업무 관련성이 있는 금융회사로의 취업은 퇴직 후 2년간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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