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연구.개발(R&A)센터 유치 활동이 양(量)적으로는 성공적이나 경제 파급효과 등의 질(質)적 측면에서 미흡하다는 지적이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2일 '글로벌 R&D센터 유치와 활용 전략' 보고서에서 "지금까지 한국에 진출한 R&D센터들은 국내 대기업에 공급되는 부품 및 소재와 관련된 것들이 대부분이고 규모도 영세하다"며 "앞으로 집중 유치해야할 대상은 혁신 역량을 보완하고 산업구조 고도화에 기여할 수 있는 글로벌 핵심연구소"라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8월까지 우리나라가 유치한 R&D센터는 외환위기 이후 8년간의 525개를 포함, 총 898개로 중국의 750개를 웃돌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양호한 양적 실적에도 불구, 구체적 내용은 부실하다는 것이 연구소의 지적이다.
연구소가 진출업종과 국가분포 등을 고려, 76개 국내 진출 외국 R&D센터를 표본으로 선정해 조사한 결과 이들의 연구대상 품목은 부품(50%)과 소재(31.6%), 산업용완제품(10.5%) 등에 집중됐다.
이는 정보기술(IT)과 자동차, 기계 산업 등에서 한국 대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관련 부품과 소재의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 이들 가운데 60.5%는 연구원 수가 20명을 밑돌았고, 해외 인력 비율이 2% 미만인 센터도 전체의 77.6%에 달했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28.9%), 기계.자동차(28.9%), 화학(19.7%) 등이 주류를이뤘으나 우리나라가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바이오.제약업의 비중은 1.3%에 그쳤다.
또 기초연구의 비중이 10% 이하인 경우가 60%를 넘어 국내 진출 글로벌 R&D센터들이 연구보다는 개발에 치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대학.연구소 등과의 협력 강도도 5점 척도를 기준으로 평균 2.81점에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복득규 수석연구원은 "무조건 많은 수의 R&D센터를 유치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며 "한국의 취약한 혁신역량을 보완하고 산업구조 고도화에 기여할 수 있는 R&D센터를 선별해 유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기반이 미약한 바이오.제약 등의 부문에서는 파격적 조건을 제시해서라도R&D센터를 유치하는 동시에 우리나라의 기술력이 뛰어난 반도체.LCD 등의 경우 유치보다는 파급 효과를 고려한 R&D센터 활용 방안에 초점을 맞춰야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