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계 시계업체인 스와치그룹과 국내 면세점 업계가 수익배분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23일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최근 스와치그룹은 다음 달과 내년 4월 두 차례에 걸쳐 마진율을 최대 10% 내리라는 내용의 공문을 국내 면세점들에 발송했다. 전체 수익 중에서 면세점 업체 수입비중을 줄이고 스와치 그룹에서 더 많이 챙겨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면세점 관계자는 "스와치의 요구를 들어주면 면세점은 적자가 나는 상황"이라며 "명품업체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횡포를 부리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세계 시계시장 점유율 30%로 최대 제조업체인 스와치그룹은 스와치, 오메가, 티쏘, 브레게 등 유명 브랜드 시계를 생산하고 있으며 국내 면세품 시계 판매에서도 선두권을 차지하고 있다.
일각에선 스와치의 이번 이익률 조정이 관례를 깨고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점을 문제로
삼고 있다. 마진 조정 2~3달 전 유통업체와 협의를 마친 후 공문을 보내는 것이 관례지만
이번에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통보부터 했다는 것이 면세점 업계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스와치그룹은 "원가가 오른데다 마케팅 비용 등 부담이 커져 조정을 요청한 것"이
라고 밝혔다.
이익률 조정폭도 너무 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A급 명품도 한 자리 수 범위 내에서 조정이 이뤄지는데 10%는 너무 폭이 크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이번 이익률 조정이 소매가격 인상으로 이어질지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면세점들은 "마진율 조정을 수락하면 소매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다"면서 "손해를 감수하고 장사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스와치는 "가격은 유통업체와 생산업체가 협의해 결정하는 것이지 면세점 사정에 따라 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값이 오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일부에서는 명품시계 시장이 점점 커지자 생산업체와 유통업체 간 '밥그릇 싸움'이 심해져 갈등이 불거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스와치는 중국인 관광객 증가에 힘입어 국내 면세시장에서 최근 5년간 연 평균 14% 이상의 매출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