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초전도기술, 이제는 상용화다


인류가 지난 100년 동안 창출한 혁신적인 과학기술의 파노라마를 보면 새삼 인간의 천재성과 창의성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반도체ㆍ컴퓨터ㆍ인터넷을 핵심으로 하는 정보기술과 전기전자, 교통, 에너지, 의료 분야 등에서 거둔 과학적 진보,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 오늘날 인류사회는 과거 100여년 전 천재 과학자조차 상상하지 못한 풍경이 아닐까. 지난 100년 동안 인류 문명사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가치 있는 과학적 발견과 지식 가운데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분야가 바로 '초전도'이다. 과학계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초전도 현상을 20세기 최고의 발견으로, 미래 인류사회를 바꿀 핵심 신기술의 하나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미래 사회 바꿀 핵심 원천기술 20세기 물리학의 신기원을 개척한 초전도 현상이 발견된 지 올해로 100주년을 맞았다. 1911년 네덜란드 물리학자 헤이커 카메를링 오너스는 액체 헬륨을 이용해 고체 수은을 냉각하면서 전기저항을 측정하던 중 액체 헬륨 기화온도인 4.2K 근처에서 수은의 저항이 갑자기 0으로 떨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서서히 떨어지던 전기저항이 어느 특정한 임계온도를 넘어서 갑자기 사라져 버린 것이다. 바로 이 순간이 초전도 역사의 출발점이다. 오너스는 액체 헬륨을 액화해 극저온 연구를 가능하게 한 공적으로 2년 뒤인 1913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고 이렇게 저항이 사라지는 물질을 사람들은 '초전도체'로 부르게 됐다. 난해하고 신비한 과학적 현상이지만 전기저항이 '0'이 되는 초전도 현상을 활용한 기술은 이미 우리 가까이에 와 있다. 전력 에너지를 손실 없이 먼 곳까지 보낼 수 있는 초전도 케이블, 신 재생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는 풍력발전에 사용되는 초전도 발전기,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저장장치(SMES) 등 초전도전력기기와 암이나 뇌ㆍ심장 질환 등의 진단에 사용되는 자기공명영상(MRI)장치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우리나라와 일본ㆍ독일 등이 상용화를 위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자기부상열차, 인류의 에너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며 오는 2050년 상용화를 목표로 선진 각국이 개발 중인 핵융합발전소 등의 핵심 원리도 초전도 현상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엄두를 낼 수 없는 도전이다. 특히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녹색기술이 글로벌 화두로 등장하면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송배전 등 전력기기 분야에서 초전도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R&D) 경쟁이 뜨겁다. 송배전계통의 변압기와 케이블ㆍ한류기ㆍ모터ㆍ전력저장장치 등에 초전도 기술을 적용할 경우 전력손실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력기기 크기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초전도 기술은 실용화를 선점할 경우 산업적 파급효과가 매우 클 뿐만 아니라 거대한 세계시장까지 주도할 수 있는 미래의 핵심 원천기술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1세기 프런티어 연구개발사업 중 하나인 차세대 초전도응용기술개발사업으로 개발된 초전도선 및 초전도 전력기기가 사업 참여 기업들을 통해 실용화가 순조롭게 추진 중이다. 초전도 응용기기의 핵심소재로 응용분야가 무궁무진한 초전도선의 경우 ㈜서남을 통해 미국ㆍ유럽 등 외국에 비해 제조 공정속도는 두 배 이상 빠르고 비용은 절반 이하로 저렴한 초전도선 제조공정기술을 상용화 했고 초전도 케이블과 초전도 한류기의 경우 LS전선과 LS산전, 한국전력공사 등이 합심해 실용화를 위한 실 계통 시범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응용기기 적용·R&D 확대 필요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초전도 불모지였던 우리나라는 2000년대 이후 21세기 프런티어 연구개발사업과 같은 정부의 안정적 지원과 투자를 통해 짧은 시간 내 세계적 수준으로 도약했다. 초전도 기술은 '제 2의 전기혁명'을 견인할 핵심기술로 각광받고 있는 미래의 핵심 원천기술이다. 본격적인 상용화를 통해 '초전도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초전도 응용기기의 활발한 적용과 함께 R&D 확대를 위한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민의 지원과 관심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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