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글로벌 특허전쟁… 급기야 유엔 첫 국제회의

글로벌 특허전쟁이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고조되는 상황에서 유엔 차원의 첫 특허라운드가 10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렸다.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보기술(IT) 분야의 특허소송 남발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보고 공정경쟁의 원칙을 점검하기 위한 것이다. 세계 특허전쟁의 주요 타깃이 된 우리나라로서는 당연히 주목해야 할 회의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특허괴물로부터 42건의 제소를 당해 세계 1위에 올랐다.


유엔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주관한 이번 회의에서 경쟁사의 제품판매를 막겠다며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는 행위를 제한하고 프랜드(FRANDㆍ공정하고 합리적인 특허사용) 원칙도 산업현실에 맞춰 재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제기됐다. 삼성이 애플과의 특허소송 때 프랜드 원칙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패소했다는 점에서 향후 전개될 소송에도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삼성전자와 애플 등 IT업체들과 규제당국이 대거 참석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물밑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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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IT시장에서는 무리한 소송남발이 시장경쟁을 가로막고 소비자 이익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하마둔 투레 ITU 사무총장이 "지적재산권 분쟁이 혁신을 가로막지 않도록 국제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역설한 것은 전적으로 타당한 발언이다.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 보니 단 한번의 회의로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이해당사자들이 초심으로 돌아가 IT산업의 미래와 시장혁신을 위해 특허괴물 같은 교란요인을 규제하고 소송남발의 폐해를 막아야 한다는 데 공통의 인식을 다지는 것만으로도 이번 회의는 의미가 있다.

우리 당국과 기업들은 이 같은 글로벌 흐름을 예의주시하면서 특허 표준화 경쟁에서 우리나라의 입장이 관철되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기술표준을 담당하는 ITU 같은 국제기구에서 발언권을 높이는 등 외교적 역량을 키우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애플이 지난달에야 ITU에 가입한 것도 국제기구의 영향력을 활용하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필요하다면 에릭슨 같은 해외 기업들과 긴밀한 연합전선을 구축해 글로벌 여론을 주도해나가고 글로벌 무대에서 외교력을 키워나가는 데 역량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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