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선택 2007 '필요조건과 충분조건'] ② FTA와 개방정책<해외>`

멕시코 '포스트 NAFTA' 준비 박차



멕시코시티에서 북쪽으로 두 시간가량을 자동차로 달려 찾아간 케레타로(Queretaro). 케레타로 주도(州都)인 이곳은 지난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ㆍ나프타) 발효 이후 멕시코 정부가 새롭게 조성한 신흥 산업단지로 미국과 접경 지역인 마칼라도라(보세가공무역단지)와 함께 멕시코 산업을 상징하는 곳이다. 멕시코시티 동쪽 1시간 거리에 위치한 푸에블라가 자동차 중심 산업단지라면 이곳은 제너럴일렉트릭(GE)과 바스프ㆍ델파이 등 전자ㆍ화학ㆍ자동차부품 관련 다국적 기업이 몰려 있다. 삼성전자와 대우일렉트로닉스도 이곳에 터전을 잡았다. 7개의 크고 작은 공단이 들어선 케레타로 산업단지에 종사하는 근로자 수는 대략 10만명에 이른다. 케레타로주 경제의 80%가 이곳에서 창출된다. 장인성 대우일렉트로닉스 법인장은 “부품을 한국에서 들여오지만 임금과 물류비용이 낮아 가격 경쟁력이 한국에 비해 15~20%가량 높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출범한 펠리페 칼데론 정부는 최근 동시다발적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면서 ‘포스트 NAFTA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통상정책이 2003년 폭스 정부 시절 ‘FTA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던 것에 비해 180% 달라진 것이다. 이는 4%대의 낮은 실업률과 물가상승률, 4~5%의 경제성장 등 멕시코 경제에 대한 자신감의 발로로, 특히 과거 FTA 경험을 바탕으로 세제개혁 등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멕시코는 페루와 7차 FTA 협상을 마치는 등 마무리 단계에 돌입했고 다음달 5일부터는 한국과도 첫번째 FTA 협상을 개시한다. 파나마와 도미니카공화국과도 FTA를 추진할 예정이다. 3월에는 멕시코판 코트라(KOTRA)인 프로멕시코(멕시코수출진흥청)를 설립, 해외 무역정보 수집과 수출 개척에 나서고 있다. 카를로스 베이커 경제부 협상평가담당관은 “개방형 통상정책은 국제사회의 큰 흐름”이라며 “멕시코는 FTA를 통해 국제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며 앞으로 더 많은 FTA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평가담당관은 멕시코가 그동안 체결한 FTA의 성과와 부작용을 분석한 뒤 이를 새 FTA 협상에 반영하기 위해 신정부가 신설한 부서. 그는 “NAFTA가 멕시코의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는 에너지와 물류 등 사회간접자본(SOC)의 확충을 통해 국가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멕시코는 NAFTA를 체결할 당시 ▦교역과 투자의 확대 ▦북미시장의 선점 ▦미국과의 외교관계 강화 등 세 가지 목표를 내세웠는데 모두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는 게 베이커 담당관의 평가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와 수출이 늘어나는 등 외형적 성적표에 비해 산업 간 양극화와 빈부격차의 심화 등 부작용이 나타났으며 산업구조의 고도화에도 실패했다는 지적이 적지않다. 멕시코 정부가 현재 역점을 두는 것은 세제개혁을 통한 재정확보. 금융소득 과세를 강화하고 법인세 관련 비과세를 줄이는 등의 방법으로 오는 2012년까지 단계적으로 세금을 30% 더 걷겠다는 구상이다. 멕시코는 1억700만명에 이르는 전체 인구 가운데 상위 5%가 90%의 부를 소유했음에도 국민부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최저 수준인 20.6% (2006년 기준)에 그치고 있다. 상류층이 세금을 덜 내는 불합리한 조세체계 탓이다. 멕시코 정부는 세제개혁을 통해 마련된 재원을 낙후된 인프라 개선에 투입할 계획이며 앞서 NAFTA 체결 이후 이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늘려왔다. 멕시코시티 서쪽에 조성 중인 산타페(Santafe) 신시가지는 NAFTA 성과의 상징으로 통한다. 중남미 비즈니스 허브를 겨냥한 산타페의 6차선 대로변에는 20층 이상의 초고층 빌딩이 속속 들어서고 포드와 마쓰다ㆍ휴렛패커드(HP) 등 다국적 기업이 잇따라 입주하고 있다. 외국인과 상류층을 겨냥한 샤넬과 버버리ㆍ페라가모 등 명품 브랜드도 즐비하다. 멕시코 국제공항인 베니토 후아레스공항은 15일 제2청사를 완공했다. 배후 수도권에 2,500만명의 거대 인구를 가졌음에도 베니토 후아레스공항은 국내선과 국제선을 1개 청사에서 소화하는 바람에 공항 청사는 시장통을 방불케 했다. 제2 청사는 현재 북미 노선 승객에 대해 개방하고 있어 미국~멕시코 승객은 출입국 수속을 10분 정도면 끝낼 수 있다. 10월 세제개혁안이 의회를 통과하자 신용평가기관인 피치는 멕시코에 대한 신용도를 BBB에서 BBB+로 한단계 격상시켰다. 그러나 멕시코의 ‘포스트 NAFTA 전략’은 미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와 중국의 부상, 만성적 부정부패와 빈부격차 등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적지않다. 국경을 맞댄 미국의 존재는 멕시코 경제에 더없는 축복이지만 한편으로는 독이 될 수 있다. 로만 비달 타마요 멕시코상공회의소 경제개발국장은 “미국이 재채기를 하면 멕시코는 폐렴에 걸린다”며 “FTA 재추진은 대미 의존도를 줄이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의 부상은 대미 의존도가 높은 멕시코 경제의 최대 위협 요인이다. 신기택 멕시코상무관은 “멕시코 당국자들을 만나면 10명 중 9명이 중국에 대해 물어본다”며 “멕시코의 중국에 대한 공포감은 한국 못지않다”고 전했다. 멕시코의 미국 수출 비중은 2004년 88.5%를 고비로 점차 줄어 올 들어 82%로 떨어졌으나 이는 중국에 시장점유율을 빼앗긴 탓이기도 하다. 타마요 국장은 “멕시코 기업인들은 더 이상 값싼 노동력이 장점이 되지 못한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며 “첨단기술 교육을 강화하고 노동의 질을 더욱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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