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세수 증대없이 2조弗대 지출 삭감… 세부案은 여전히 진통

[美 부채협상 급진전] 부채 증액 잠정 합의<br>추가 경기부양 조치 사실상 어려워<br>내년 대선 앞둔 오바마 부담 커질듯

세계 최강대국 미국을 채무상환 불이행(디폴트) 위험에 빠뜨렸던 연방정부의 부채 상한 증액 문제가 급진전되면서 세계경제는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 하지만 구체적인 협상 세부안을 놓고 여전히 진통을 겪고 있는데다 세금 증대 없이 지출을 대폭 삭감해야 한다는 공화당의 입장이 관철될 것으로 보여 미국의 경기회복세가 더욱 둔화될 것이라는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이는 재정을 통한 추가적인 경기부양 조치를 사실상 어렵게 해 내년 11월 대선을 앞둔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2조달러대 지출 삭감에 세수 증대는 빠져=미 언론 등에 따르면 백악관과 공화당 간 막판 조율이 진행되고 있는 부채 상한 증액 방안은 10년간 2조4,000억~2조8,000억달러의 지출 삭감을 전제로 이와 비슷한 수준에서 부채 한도를 상향하는 것이다. 부채 한도는 한꺼번에 올리지 않고 두 차례로 나눠 실시하되 대선이 있는 내년을 피해 올해와 오는 2013년에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접근되고 있다. 또 조지 W 부시 정권 시절의 세금감면 조치 철폐 등을 통한 세수증대 방안이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이 4조달러대의 대규모 지출 삭감과 세수 증대를 주장해왔던 점에 비춰 지금 논의되는 방안은 공화당의 주장이 대거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백악관은 협상 급진전을 전하는 미 언론의 보도에 아직 합의에 이른 것이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최종 타결 여부는 좀더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할 듯하다. ◇정치권 "낙관적 분위기" 고조=공화당이 장악한 하원과 민주당이 우세한 상원이 각각 자체적인 부채 상한 증액안을 내놓고 서로 부결시키는 등 대립을 보였던 미 정치권에서도 협상을 낙관하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원내대표는 지난 30일 밤(현지시간) "부채 상한 증액 협상이 의미 있는 진전을 보이고 있다"며 자신이 제출한 법안에 대한 표결을 12시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당초 31일 오전1시로 표결을 잡았던 리드 대표는 "백악관에서 디폴트를 막기 위해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며 "협상자들에게 재량권을 줘야 한다"고 연기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앞서 미치 매코넬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도 "매우 가까운 장래에" 부채 상한선 증액 문제에 대한 교착 상태가 풀릴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낙관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도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위기를 종식할 수 있는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확신하는 등 긍정적인 신호가 잇따랐다. 오바마 대통령은 주례 라디오연설에서 "당을 먼저 생각하는 시기는 지났다"며 민주ㆍ공화 두 당 간의 타협을 호소했다. ◇공화당의 승리(?)=워싱턴 정가에서는 부채 상한 증액 방안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결과적으로 오바마 대통령이 지고 공화당이 이긴 게임이라는 분석이 대두되고 있다. 먼저 오바마 대통령이 메디케어 등 사회보장성 지출 삭감에 동의한 반면 부시 정권 시절에 마련된 세금감면 조치에 대해서는 철회를 이끌어내지 못했고 부자에 대한 세금인상도 불가능해짐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진보세력에 큰 실망을 안겨줄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이번 지출 삭감 합의로 경기부양적 지출이 어려워짐에 따라 내년 선거 때도 일자리 문제 등은 여전히 심각할 것이며 이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크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합의 방안이 기존 아프가니스탄 전쟁 정책 등에 실망한 민주당 지지자가 등을 돌리게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08년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에 큰 역할을 했던 흑인ㆍ히스패닉계 등의 투표율이 현저하게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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