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유럽 긴축 완화 힘받는다

EU 집행위원장 "한계 봉착"<br>긴축정책 속도조절 시사<br>독일마저 한 발 물러설 조짐


유럽에서 '긴축 속도조절론'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유럽연합(EU)이 긴축정책이 정치적 한계에 부딪혔다며 속도조절에 나서겠다고 밝혔으며 EU 회원국에 강도 높은 긴축을 요구해온 독일조차 한발 물러서는 모습이다.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유럽의 긴축정책이 정치적 한계에 부딪혔다"고 밝혔다.

그는 "유럽에서 전면적인 경제개혁과 급격한 적자감축이 필요하며 긴축정책이 근본적으로 옳다고 믿고 있다"면서도 "여러 측면에서 한계에 봉착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책이 성공하려면 내용도 중요하지만 최소한의 정치ㆍ사회적 지지를 받아야 하는데 현재 유럽은 그렇지 못하다는 설명이다.


바호주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EU 집행위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국의 긴축이행을 완화할 수 있는 새로운 권한을 받은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특히 주목된다고 FT는 전했다.

관련기사



실제로 유로존은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긴축에 나섰는데도 좀처럼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데다 시민들의 반발 및 정정불안 등 '긴축 후유증'을 앓고 있다. 또 글로벌 긴축기조의 논리적 토대 역할을 했던 케네스 로고프 교수와 카르멘 라인하르트 교수의 논문 '부채시대의 성장'에 최근 오류가 발견되면서 긴축정책은 위기에 처했다.

프랑스의 경우 최근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3.7%에 달할 것이라고 밝혀 회원국의 재정적자 비율을 3% 이하로 정한 EU 신(新)재정협약을 지킬 수 없다고 공식 선언했다. 하지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프랑스 재정적자에 대해서는 EU 집행위원회가 판단할 것"이라며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전 같으면 강하게 비판했겠지만 이번에는 눈을 감은 것이다. 이에 대해 FT는 재정규율을 강조하던 독일의 묵인하에 유로존 정책 당국자들이 긴축을 완화하면서 반(反)긴축 진영이 득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올리 렌 EU 경제통화정책 담당 집행위원도 지난 18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유로존 경제성장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긴축정책의 속도조절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의 빌 그로스 최고투자책임자(CIO)도 줄곧 긴축을 지지하던 입장을 뒤집었다. 그는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 대부분은 단기 재정감축이 실질적인 성장으로 이어질 것으로 믿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성장을 위해서는) 돈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EU 통계청(유로스타트)도 22일 유로존 재정위기 국가들이 긴축 및 증세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채무가 급증했다고 밝혔다. 구제금융 지원을 받은 아일랜드ㆍ스페인ㆍ포르투갈의 GDP 대비 부채비율이 늘었으며 유로존 평균 부채 비율도 지난해 90.6%로 상승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프랑스와 스페인은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예상을 웃돌며 정부 목표치 달성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희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