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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정식 발효되는 20일 0시를 7시간 정도 앞둔 지난 19일 오후 인천 컨테이너터미널.
높이 100m, 폭 32m 크기의 노란 크레인이 야드 트랙터가 실어온 590번째 중국행 컨테이너를 고려해운 소속 화물선 칭다오호(2,800TEU급, 1TEU=20피트 길이 컨테이너 한 개)에 싣자 항만 직원과 선원들끼리 사인으로 '선적 완료'를 알렸다. 날카로운 바닷바람이 맹위를 떨쳤지만 항만 직원들은 분주한 컨테이너 선적작업에 한파마저 잊은 듯했다. 길이(220m)만도 축구장 두 배에 달하는 칭다오호에 선적이 마무리되자 '라인맨'들이 나와 컨테이너선을 부두 끝에 묶어놓은 남자 팔뚝 두께만 한 밧줄을 풀기 시작했다. 드디어 예인선 두 대가 칭다오호를 끌고 서해대교 방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칭다오호는 한중 FTA 발효 이후 인천에서 중국 칭다오항구에 도착하는 첫 번째 화물선이다. 칭다오 도착시간은 24시간 만인 20일 오후5시. 각종 전자부품·식품 등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 중 상당수가 관세인하 혜택을 받고 통관절차도 48시간 만에 끝난다. FTA 발효로 즉시 관세가 없어지는 품목만 958개에 이른다. 우리 기업으로서는 관세인하로 가격경쟁력을 얻고 통관절차 간소화로 시간을 벌게 돼 대륙 공략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중 경제 협력사에 새 지평이 열린다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칭다오호의 2등항해사 A씨는 "7시간만 바닷길을 가르면 관세 혜택을 보는 화물을 싣고 간다고 생각하니 감개무량하다"며 "양국 간에 무역이 크게 늘어 우리 항만들만은 침체 없이 활기를 띠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는 FTA 발효 1년차에 수출 13억5,000만달러, 수입 13억4,000만달러 등 무역규모가 총 27억달러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법률·엔지니어링 등 우리 기업의 중국 서비스 시장 진출도 가시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항=구경우기자 bluesquare@sed.co.kr